<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 차있었다.한 구석에는 화물을 나르는 트럭들이 줄지어 서있었다.상운은 몸을 웅크린 채가까운 구석의 트럭 운전석으로 빠르게 다가갔다.트럭 문은 잠겨있지 않아 쉽게 열렸다.상운은 평소 가지고 있 는 신축성있는 아말감 열쇠를 열쇠 구멍에 밀어넣어 쉽게 시동을 걸 수 있었다.저쪽에서 트럭 주인인 듯한 사람 여럿이 모여서 얘기하다가 시동소리에 일제히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상운은 트럭을 몰고 나왔다. 『어,내 차! 내 차!』 놀라면서 한 기사가 달려왔으나상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로 향했다.백미러를통해 서둘러 트럭에 올라타는 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상운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흘렀다.상운은 전속력으로 고속도로를 달렸다.뒤에서 쫓아오 는 트럭들도 전속력으로 상운을 쫓았다.뒤의 트럭들 중 한두대는 어느새 상운의 옆까지 쫓아오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야,이 새끼야! 빨리 세워! 대낮에 도적질을 해도 유분수지.』 상운은 국도로 급회전하여 들어갔다.새벽이라 차들이별로 없어 빨리 달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빠른 것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빨라야 재미도 있고 유한한 삶을 많이 살 수 있다는 것이 상운의 지론이었다.옆을 바짝 쫓아오는 트럭 이앞으로 나서 가로막으려 하자 상운은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 돌아갔다. 『저,저,미친 놈이….』 뒤에서 터지는 탄성 소리를 기분좋게 들으며 상운은 앞에서 경적을 울리며 오는 자동차를 몇 대 박고 헤쳐 나갔다.앞에서 달려오던 차들이 급정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운은 몇 대의 차를 또 받아버렸다.역시 차는 단단하고 크고 볼 일 이다.신나게 달리는 데 저 앞에서 경적 소리를 크게 울리며 커다란 트레일러가 다가왔다.상운은 조금도 속력을 늦추지 않으며 정면으로 부딪쳐갔다.앞의 트레일러 운전석에서 사람들이 퉁겨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상운은 자신도 밖으로 몸을 날 렸다.이럴 때마다 평소 조깅과 헬스 클럽을 다니며 몸을 다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요란한 굉음과 함께 트럭은 트레일러를 들이받으며 뒤집어졌다.상운은 이제야 마음이 좀 풀어졌다.역시 삶은 스릴이 있기에 맛이 있는 것이다.옷에 장착 된플로링 가스를 작동해 공중에 떠있는 상운의 눈 아래로 풀썩거리는 연기와 먼지,신음소리가 무성했다.상운은 가스를 한 껏 더 부풀려 근처 나무로 날아올라 갔다.나뭇가지 위에 앉은 후 상운은 핸드폰으로 보디가드들에게 연락을 했다.곧 사건 현장으로 하얀 차들이 들이닥쳤다.상운은 조용히 나무에서 내려와 그 중의 하나에 탔다.잠시 달리니 헬리콥터가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새벽은 어느새 다가왔는지 주변은 많이 밝아져 있었다.
상운은 하늘에서 사건 현장을 한 번 둘러본 후 홀가분하게 민우와의 약속장소로 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