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60돌’ 대한민국 국방력] 전투병 개인장비 60여 종 250만원 상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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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육군의 보병(전투병)에게 지급되는 장비는 얼마나 될까.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 부대의 보병을 기준할 경우 개인당 60여 종의 장구·무기·피복이 지급되며 250만원 상당이다.

전투병의 개인화기인 K-2 소총이 98만원, 전투복 1만4750원, 방탄모 19만원, 수류탄 개당 2만4000원 정도다. 여기에 반합·판초우의·내복과 같은 개인 지급품과 부대 단위로 지급되는 휴대용 야간 투시경, 무전기 등을 감안하면 이런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개인화기·장비로만 따지면 북한군에 비해 우세하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북한군 전사(병사)의 개인화기는 AK 소총과 이를 북한에서 자체 개량한 88식 보총(소총)이다. 북한군은 헬멧을 전투부대에만 지급한다. 군복도 동절기·하절기용으로 나눠 지급하는 한국군과는 달리 계절 구분 없이 같다. 한국군에서 일반화된 휴대용 야간 투시경도 북한군에선 거의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한국 육군은 또 총기 등에 마일즈로 불리는 레이저 장비를 탑재해 실전과 유사한 전투훈련을 벌이는 과학화훈련장도 강원도 홍천에 마련했다. 북한군에선 생각도 못 할 시설이다.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의 구조적 한계가 군 전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전방에 근무했던 육군 관계자들은 “정확한 수치가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육안으로 보면 북한군은 우리 병사들에 비해 거의 10㎝ 이상 작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북한은 나라 전체가 군에 집중된 ‘선군 사회’다. 여전히 자원의 대부분을 군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핵이나 생화학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이 실전에 등장할 경우 지상군의 교전 상황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지상군 병력도 100만 명으로 한국 지상군(50만 명)의 두 배다. 북한 지상군 병력의 70%는 평양~원산 선 이남에 배치돼 있어 선제 타격을 최대화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육군은 끊임없는 전투훈련으로 언제라도 실전에 투입 가능한 전력을 보유해 미국이나 유엔이 분쟁 지역에 파병하거나, 평화유지군(PKF)을 보내려 할 때 우선 거론돼 왔다.

하지만 육군은 앞으로를 걱정한다. 군 인사들은 “군의 사기는 군이 국민에게서 존경받을 때 유지된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첨단전에 대한 대비는 돈이 관건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미 지상군의 개인 장비는 16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미군 전투병이 M4 소총에 근접조준경(M68 CCO)을 달아 이 장비로 표적을 겨냥할 때 한국 육군은 가늠쇠에 눈을 대고 경험으로 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육군의 향후 전력은 사기 유지와 예산 확보에 달렸다는 것이다.

채병건·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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