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그린 미로찾기’ 감 잡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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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18번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가르시아는 퍼팅 부진으로 10년 동안 고생을 했다. [폰테베드라비치 AP=연합뉴스]

골프 스윙처럼 퍼팅도 알다가도 모를 수수께끼다.

퍼팅 부진으로 그린이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오랜만에 단독 선두로 뛰어나왔다.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골프장 스타디엄코스에서 벌어진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다. 가르시아는 6언더파 66타를 쳐 2위 그룹에 2타 차 선두다.

199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호랑이를 위협할 선수로 꼽혔던 가르시아는 이후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볼 스트라이킹은 최고지만 퍼팅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결정적 순간 번번이 홀을 외면하는 퍼팅이 아니었다면 벌써 메이저 대회에서 몇 승은 했을 거라는 평가다. 가르시아의 머리를 짓누르는 퍼팅의 괴로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엔 아예 우승도 없다.

그는 그런 퍼팅을 개선하려 퍼터를 수도 없이 바꿨고 퍼팅 방법도 여러 차례 뜯어 고쳤다. 올 2월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선 다른 클럽 하나를 빼고 2개의 퍼터를 가지고 나왔다. 1번홀에선 긴 퍼터, 2번홀에선 짧은 퍼터를 쓰면서, 보통 그립과 역그립을 번갈아 쓰면서 눈물 겨운 노력을 했다. 그래도 올해 그린 적중 시 퍼팅 수는 1.86으로 131위에 불과하다.

이날 버디 7개(보기 1개)를 잡은 가르시아는 “최근 새로운 퍼팅 코치를 만나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며 “퍼팅을 잘했던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르시아가 퍼팅 부진을 완전히 해결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다음주 퍼팅 코치를 해고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골프는 예민하다.

지난주 우승한 앤서니 김은 2언더파 70타로 공동 9위에 올랐으나 3주를 쉰 최경주(나이키골프)는 7오버파 공동 135위로 부진했다. 나상욱은 4번홀(파4)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이븐파 공동 35위를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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