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프로암 골프대회 모십니다” 고객 “남자 싫어 … 여성프로랑 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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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는 오케이, 남자 프로는 노.

은행이나 수입차 업체, 백화점 등이 VIP 고객들을 위해 여는 이벤트성 프로암 골프대회에서 남자 프로 선수들이 천대받고 있다. 이벤트 프로암 대회는 고객들이 프로 선수와 한 조로 라운드하면서 필드 레슨을 받고 친교를 쌓는 행사다.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따르면 지난해 협회 선수 9명 이상이 참가한 이벤트 프로암 대회는 모두 34개다. 연인원은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남자 협회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지난해 이런 행사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은 두세 번 정도였다”고 말했다.

올해는 기업들의 VIP 고객 마케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KPGA는 별 영향이 없지만 KLPGA 투어는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KLPGA 민국홍 전무는 “상금 랭킹 상위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50만원 정도의 사례를 받는 이벤트 대회를 반기는 편인데도 참가 요청이 너무 많아 지난해부터는 은퇴 선수까지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가 남자 프로보다 각광받는 이유는 우선 이벤트에 참가하는 고객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이벤트 프로암 행사를 대행하는 G애드의 강혜원씨는 “아무래도 남성 고객들은 무뚝뚝한 남자 프로보다는 여자 프로와 한 조가 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남자 프로 기피에는 샷 거리도 한몫한다. 역시 프로암 행사를 대행하는 CJ 미디어 프로모션 김성엽 팀장은 “남자 프로들은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과 거리 차가 100야드 정도는 족히 된다”면서 “세컨드샷 지점이 너무나 달라 레슨을 해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 남자 선수들의 스윙 스피드가 빨라 어깨 너머로 배우기도 어렵고, 괜히 따라 했다가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스윙을 망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남자 프로와 한 조로 해놨다가 기분이 상해 돌아가는 VIP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요즘 이벤트 프로암 대회에서는 남자 프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실력이 뛰어난 남자 아마추어들은 적어도 거리에서는 여자 프로들과 해볼 만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여자 프로를 원하는 경향이라고 한다. 여자 아마추어 고객들도 여자 프로를 선호하기는 마찬가지. G애드의 강혜원씨는 “남자 프로 선수들이 치는 챔피언 티와 레이디 티가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얘기할 기회도 적고 레슨 받기는 더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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