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터넷 포털 사회적 책임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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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는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의 주요 축으로 떠올랐다. 만 6세 이상 인구의 76%인 3482만여 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그 가운데 97% 이상이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사태에서 보듯 포털은 건전한 여론 형성의 장이 아니라 비이성적인 유언비어를 여과 없이 확산시키는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호주산 쇠고기만 먹는다” “광우병은 물이나 공기로도 전염된다” 등의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된 것은 바로 포털을 통해서다. 괴담은 일부 성인뿐 아니라 판단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청소년들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심게 된다. 오죽하면 어린 학생이 “나는 아직 15살밖에 못 살았어요” 같은 팻말을 들고 촛불시위에 참가하겠는가.

이번 사태는 반미·반정부 투쟁을 노리는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확산시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 불씨를 댕긴 것은 일부 방송의 무책임한 과장 보도지만 여파가 이토록 커진 것은 선전·선동에 포털이 무제한으로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들은 이를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즐긴 혐의까지 있다.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콘텐트를 전면에 배치해 방문자와 클릭 수를 늘리는 행태가 이번 같은 심각한 사태에도 그대로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포털들은 “우리는 내용의 진위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모니터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를 운영하는 회사는 시가총액 9조8000억원에 매출 대비 이익률이 28%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다. 다음 카페에는 하루 수십만 건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포털은 거대 기업이자 기존 언론사에 버금가는 여론 형성 기능을 보유한 미디어로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인터넷 카페와 게시판을 통해 퍼져나가는 악의적인 유언비어는 포털이 감시 기능을 통해 걸러야 마땅하다. 그 기준은 악의적 의도가 엿보이고, 내용이 터무니없으며 사회적 파문이 예상되는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영향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포털 회사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