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 ‘10분’ 훈계하고 잠깐 답변 듣는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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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쇠고기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청문(聽聞·듣기)이 안 된 청문회였다.

7일 ‘쇠고기 청문회’에서 대부분의 여야 의원은 일방적 주장만 늘어놨다. “이번 논란이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 관리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고 우리 농축산업이 발전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인사말이 무색했다.

통합민주당 한광원 의원은 다짜고짜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인가”라고 윽박지르고 시작했다. 그는 “(한·일 외교 정상화에 반대한) 6·3시위에 이명박 대통령도 참가해 복역했다”며 “44년이나 지난 지금 이 대통령 자신이 굴욕의 당사자가 됐다”는 주장도 했다. 같은 당 이영호 의원은 “청문회가 사이언스(science·과학)냐, 아트(art·예술)냐”는 질문을 던진 뒤 화상 자료를 틀어 10분간 ‘강의’를 했다. 답변을 들으려는 생각은 아예 없는 듯했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농림부 장관으로서 우려하는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라던 정 장관의 말허리를 자르고 “국회의원이 이렇게 흥분하는데 마음이 편해요”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정부 관계자가 대신 답하자 “내가 당신에게 질문했나.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정 장관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라”는 주문도 있었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지금이라도 과천청사 구내식당에 꼬리곰탕과 내장탕을 올릴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가 잠시 뒤 “셀프로 1년간 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인간 광우병이 아닌데도 그렇다고 혹세무민하는 사람들 중 특정단체가 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김일성 전집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 놓았다”는 주장을 폈다.

정 장관이 동떨어진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쇠고기의 질을 얘기하다 “30개월 지난 쇠고기도 ‘마블링(쇠고기를 단면으로 잘랐을 때 지방이 마치 그물처럼 퍼져 있는 모양)’되는 게 있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블로그인 ‘푸른 팔작 지붕 아래’도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만문만답(萬問萬答) 블로그 청문회’를 열었다. 모든 질문에 답을 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3000여 건의 글이 올랐다. 하지만 대부분 쇠고기 수입 개방에 비판적인 글들이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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