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경시 연구보고대회 지상중계-학생들 논술에 나타난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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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학생들의 논술을 보면 「논술의 3요소」라 할 수 있는 내용.
논리.표현에서 두루 잘못이 발견된다.
우선 내용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벗어나 지엽말단적인 사항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제대로 파악했다 하더라도 문제와 관련된 분야의 지식이 부족한 탓으로 「쓸 게 없어」 고 민한 흔적이 많이 엿보였다.
과학의 양면성을 「설명」하라는데 장점쪽이나 단점쪽을 부각시켜자기 주장을 펴는 것,과학이 가치중립적인가를 논하라는데 산업폐수 방류등의 부도덕성을 운위하는 것,소크라테스의 법의 정신에 대해 논하면서 악법의 사례를 적절하게 제시한 경 우가 거의 없었던 것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두개의 특수한 사례를 보편적인 사실로 몰아붙여 객관적 설득력을 얻지 못하거나 일방적인 옹호및 반박으로 논의의 형평성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글의 내용에는 「자기의 색깔」이 들어있어야 한다.그 필자만이지닌 체험.독서.사색의 흔적이 드러나야 한다는 얘기다.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글이 평면적.획일적인 결론 도출과정에 따라 누구나 알고 있는 극히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다.직 업관에 대해 쓰라면 한결같이 직업의 귀천에 대한 비판으로 서두를 열고,판.
검사와 미화원을 그 예로 들고 있을 정도다.
논리와 관련해서는 일관성의 결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을 수 있다.논의 과정에서 논제가 슬그머니 방향을 바꾸는 경우다.사회발전의 원리로서 「경쟁」과 「연대」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는 문제에서 처음에는 (경쟁에 의한)발전 쪽에 초점을 맞 추다가 뒤에가서는 화합과 단결로 논의가 번져나가는 글이 더러 있다.
논거의 제시가 아예 없거나 「한 통계에 따르면…」「내가 아는어떤 사람은…」같은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논리적인 비약,순환 논법,흑백 논리를 펴거나 논증해야 할 논제나 판단을 논거중에 포함시킨다든지 하는 논리적인 오류도 많이발견된다.표현과 관련해서는 어휘의 빈곤과 부정확이 많이 눈에 띈다.「중요시 여긴다」든가 「이■을 띠고 있다」 처럼 부정확한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그럼(그러면)」「참(매우)심하다」와 같은 구어체 표현을 쓰거나 속어나 유행어를 사용함으로써 논리적인 분위기를 망치는 사례도 많다.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웅변식 문장등도 많이 발견된다.
논술문의 문장은 의미가 분명하면서 간결해야 한다.글의 문단은한 덩어리의 생각으로 의미적 응집력을 지녀야 하는데 아무데서나문단을 가르는등 문단 나누기도 상당히 서투르다.
〈정리=金東均.權寧民.金南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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