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사듯 청약했죠" 용산 시티파크 은행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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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 시티파크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청약접수가 시작된 23일 한미은행 용산지점이 신청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변선구 기자]

"세 시간을 기다려 겨우 청약했습니다." 서울 용산 시티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청약 첫날인 23일 한미은행 여의도 지점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적금을 깨고 시부모에게 돈을 빌려 아파트 청약금 3000만원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은행의 경우 청약자들이 은행 문이 열리기 전부터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오전 11시30분쯤 대기 줄이 300m 이상 늘어섰다. 이 지점은 오전 600명의 고객에게 대기번호표를 나눠준 뒤 추가 발행을 중단했다. 지점 관계자는 "하루 전산처리시간을 감안해 더 이상 받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은행 밖에는 청약자들의 연락처를 적는 떴다방(이동식 부동산중개업자)들이 눈에 띄었다.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한강.공원조망권을 갖춘 데다 용산 역세권 개발 등으로 웃돈이 층과 향에 따라 5000만~1억원 붙을 것으로 점치는 사람이 많다"며 "계약 후 앉은 자리에서 샐러리맨 연봉 이상을 버는데 누가 청약을 안 하겠느냐"고 말했다.

시티파크 주상복합아파트에 청약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날 청약신청을 받은 한미은행 서울.경기.인천 등 본.지점 193곳은 청약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지점에는 청약 방법 등을 묻는 전화가 폭주하면서 한때 전화 불통 사태까지 빚어졌다.

서울 중구 한미은행 태평로 지점은 평소 개인고객이 적은 곳인데도 오전 10시가 채 못 돼 청약 대기자만 150여명을 넘어섰다. 다동 한미은행 본점에도 낮 12시쯤 대기자 수가 360명을 웃돌았다. 본점 직원은 "1983년 한미은행 창립 이후 가장 많은 고객이 몰린 것 같다"며 "시티파크 청약 이외에는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역 앞 대우건설 빌딩 내에 있는 한미은행은 오후 1시쯤 대기번호가 400명을 넘어섰다. 한 40대 주부는 "로또복권을 사는 기분으로 청약했다"고 말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 경기도 과천의 경우 서울에서 청약접수를 마감하자 오후 들어 '원정 청약'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분당 신도시도 지점마다 200명 이상 대기자가 차례를 기다렸다.

24일까지 접수를 받는 시티파크의 청약 경쟁률과 청약증거금은 지난해 5월 분양 당시 주상복합아파트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의 75대1 2조700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날 청약 신청자만도 10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청약 과열 현상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부동자금이 많기 때문"이라며 "초저금리 현상이 계속되는 한 국지적 과열현상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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