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3차 남북회담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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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회담 대표들은 첫날 오전회의를 마친후 회담장소인 귀빈루3층에서 공동발표 형식으로 회담경과를 설명했다.
공동발표는 남북대표가 한 문장씩 번갈아 읽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회담이 진행중인 만큼 회담과 관련한 일체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면서 단 2분만에 첫날 회의 내용을 설명.
지난번 두차례 회담과는 달리 남북회담 대표들이 공동발표를 갖겠다는 통보를 받은 내외신 기자들은 『뭔가 큰 뉴스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잔뜩 기대를 걸었다 공동발표가 아무런 내용도 없이불과 2분만에 끝나버리자 허탈해 하는 모습들.
이날 공동발표에는 한국 보도진 외에도 일본.미국을 비롯해 4대통신등 외신기자 20여명이 참석했고, 30일 베이징(北京)에서 회담을 갖는 北.日 쌀회담을 준비하는 일본대사관 관계자도 나타나 회담에 관심을 가져 눈길.
…27일 오전 베이징 귀빈루호텔에서 열린 제3차 남북회담의 북측 수석대표 전금철(全今哲)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고문은 호텔3층 회의장에서 한국대표단을 만나자마자 수해상황부터 상세히 설명. 全수석대표는 『홍수와 물난리가 9개 도,1백45개 시.군을 휩쓸어 총 5백20만명의 이재민과 1백50억달러 상당의 피해를 냈다』면서 『밖에서는 우리의 피해발표가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유엔조사단이 와서 집을 잃고 나앉은 사람들의모습을 보고는 우리의 발표를 신뢰했다』고 언급.
우리측 수석대표 이석채(李錫采)재경원차관이 인명 피해상황을 묻자 全수석대표는 『황해도등에서 70여명이 죽었다』고 밝히고 『근년사이 이상기후가 심한데 작년엔 발표하지 않았지만 우박피해가 엄청 컸다』고 부연.
李수석대표가 『홍수로 인한 식량피해 규모는 파악됐는가』고 묻자 全수석대표는 『한참 계산해 봐야겠지만 엄청나다』면서 『더 큰 문제는 홍수지역 농토는 자갈모래가 1이상씩 쌓여있어 앞으로7~8년간은 경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라며 근 심어린 표정을짓기도. …북한측은 회담개시전에 자신의 숙소인 귀빈루호텔 문앞까지 나와 10여분간 연착한 한국대표단을 정중히 맞이하고 취재진에게도 회담장 내부를 공개하는등 전에 없이 유순히 태도를 보였다.이같은 태도변화및 수해상황 강조는 쌀수송선원의 청진 항 사진촬영을 문제삼아 지난달 10일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北京=文日鉉.兪英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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