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요구 땐 통상 보복 각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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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左>이 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미국의 도축 과정을 확인할 특별점검단 파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과 관련해 재협상을 하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재협상을 할 시간이 있지만 실제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할지를 논의하는 협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한국과 미국의 통상·농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정부 과천청사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수입이 중단된 뒤 7개월 만이다.

진통을 겪은 끝에 협상은 4월 18일 타결됐다. 한국 정부는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지난달 22일 입안예고했다. 공포기간이 20일이기 때문에 이달 13일까지 의견을 듣고 최종 고시는 15일께 하게 된다. 국회 의결 절차 없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종 고시를 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앞으로 8일 정도 시간이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이미 타결된 협상을 다시 하자고 요구할 명분이 없다.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은 국제적 기준과 자체 위험평가 기준에 따라 양국이 합의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되돌리자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현재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에서 더 낮은 단계로 낮추면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광우병 위험을 과학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에 대한 OIE의 평가가 바뀔 가능성이 별로 없다. 더욱이 OIE가 미국의 광우병 관리 수준을 다시 점검해 등급을 조정하려 해도 기간이 보통 4~5개월 걸린다. 따라서 명분상으로나 시간상으로나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최종 고시되는 이달 15일 이후에는 더 어려워진다. 양국이 고시를 통해 확정한 내용을 다시 뒤집겠다고 나서는 것은 통상 마찰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이런 요구를 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 통상 보복을 추진해 한국의 대미 수출에 지장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의 한 가닥 가능성은 미국이 일본·대만과 벌이는 쇠고기 협상의 결과다. 만약 일본이나 대만이 한국보다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면 한국은 미국 측에 재협상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한편 농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는 6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 기자들과 제2차 ‘끝장 토론’을 한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는 30개월 미만 연령의 쇠고기만 수입했는데 현 정부는 30개월 이상을 수입할 거라는 둥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며 “정부 측 전문가들이 나서 기자들의 궁금증에 대해 모두 답할 것이다. 시간 제한도 두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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