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 의사협 실장 “임상적 근거없는 논문 … 논란 너무 확산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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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54·사진) 대한의사협회 연구조정실장은 5일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은 광우병에 대한 논문이 아니다”며 “이슈를 제기한 측이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이 광우병에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가설을 입증할 만한 어떤 임상적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이날 오후 본지 기자와 인터뷰했다. 양 실장은 가톨릭대에서 임상병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에서 뇌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와 국립독성연구원 독성연구부 부장을 지냈고 1996년부터 뇌 질환과 치매 관련 연구를 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이 광우병 논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김 교수의 논문은 쇠고기를 먹어서 걸리는 광우병(vCJD)에 대한 논문이 아니다. 논문에서 다룬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은 쇠고기를 먹는 것과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100만 명당 한 명꼴로 발병하는 원인 모를 질환이다. 국내에도 매년 2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다. 인간 광우병과 같이 프리온 단백질에 의한 질환이라는 이유로 혼동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사람의 95%가 인간 광우병에 걸리기 쉬운 MM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데.

“프리온 유전자는 MM형, MV형, VV형으로 나뉘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인구의 약 40%가 MM형 유전자를 갖고 있다. 논문은 한국 사람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95%가 MM형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 유전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어떤 임상적인 근거도 없다. MM형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인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에 대한 근거도 없다.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MM형보다 VV형이나 MV형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 더 쉽게 걸린다. MM형이 잘 걸리는 것이 아니라 MM형이 잠복기가 짧기 때문에 더 많이 알려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MM형이 유행은 수그러들었지만 MV형과 VV형의 발병이 일어날 것을 경고하고 있다.”

-광우병을 둘러싼 근거 없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나서 실체를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국내에 광우병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 기초 연구에서는 김용선 교수가 거의 독보적이다. 그러나 임상 연구자는 찾기 힘들다. 환자가 발생한 사례가 없으니 연구가 부족한 게 당연하다. 더구나 이 문제는 섣불리 안전하다, 위험하다를 말할 수 없으니 나서는 학자가 없다. 다만 문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확실하고, 위험 수준도 일상적인 위험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말해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다. 사실 지금은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해 논하기보다는 미국 내 방역 시스템이 광우병을 관리할 수준으로 잘 운영되는지, 미국 내 도축 시스템을 우리 정부가 잘 파악하고 있는지, 우리나라의 검역 시스템은 위험을 방어할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

김은하 기자

◇‘산발성 CJD’=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reutzfeldt-Jakob Disease). 원인 불명의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으로 인종·문화·사회·경제 수준과 무관하게 세계적으로 인구 200만 명당 1~2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우울증, 진행성 치매, 언어 장애, 자율운동 신경조절 장애 등의 증상이 ‘인간 광우병(vCJD·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과 유사하지만, 인간 광우병과는 전혀 다른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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