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가 좋아도 국민이 저절로 따라오진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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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셋째) 등 당직자들과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에서 넷째) 등 정부 측 인사들이 4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따른 촛불시위 등 여론동향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회의 직후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2중, 3중의 방어막을 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조용철 기자]

‘광우병 쇠고기 괴담’에 정치권도 출렁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시름에 잠겼다. “비과학적인 마구잡이식 광우병 괴담에 많은 사람이 흔들리고 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이한구 정책위의장)는 얘기가 스스럼없이 나온다. 촛불 시위 등 여론 추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7일 ‘쇠고기’ 청문회, 8∼9일 대정부질문, 13∼1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 등 줄줄이 잡힌 국회 일정도 부담이다. 한·미 FTA의 국회 통과도 쉽지 않아졌다. 그런 만큼 해결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도 부산해지고 있다. 당장 4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한구 정책위의장, 청와대 박재완·김중수 수석 등이 참석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민 건강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있으니 여러 대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재완 수석도 “다 열어 놓고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6일 고위 당정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후속 보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재협상을 해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검역 주권을 되찾아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4일엔 한 발 더 나아가 쇠고기 수입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해당국의 모든 쇠고기와 관련 제품의 수입을 즉각 중단토록 하는 내용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 특별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쇠고기 협상은 무효”라며 “(특별법안은) 재협상으로 가기 위한 법률적 안내자”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야당의 이런 공세를 “정치적 선동”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도 “재협상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원희룡)는 요구가 슬며시 나오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역대 정권도 출범 초기엔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원종(김영삼 정부의 정무수석), 윤여준(김영삼 정부의 공보수석), 박지원(김대중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노무현 정부의 국정상황실장) 등 한때 정권의 핵심으로 일했던 이들도 조언을 하고 나섰다. 상당수는 재협상론에 회의적이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능사도 아니다”란 이유에서다. 윤여준 전 수석은 “국가 간 협상이어서 상식적으로 재론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쇠고기 검역 기능 등을 양보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국회에서 문제점을 짚어주고 특위를 구성해 후속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선에서 한·미 FTA도 9월 이전에 통과해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여권이 민심 관리에 더 치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원종 전 수석은 “대통령이 ‘바른 뜻’으로 끌고가기만 하면 국민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되는 일은 없다”고 조언했다. 윤 전 수석도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든 조금만 커지면 곧바로 정치문제화되는 특성이 있다”며 “어떤 정책이든 발표했을 때 민심이 어떨지, 또 민심을 어떻게 설득할지 사전에 다 준비돼 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실장도 “국정 관련 최종 결정은 충분한 여과 과정을 거쳐 심사숙고해 내려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광재 의원은 “야당의 주장이나 반대에도 귀기울여 선택할 건 선택하고 버릴 건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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