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리본 훈련의 위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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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26면

골프 전문스쿨 PGCC의 학장 팀 서머빌은 환갑이 넘은 초로의 신사다. 그러나 골프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다. 서머빌은 지난해 PGCC에서 연수하던 필자에게 한바탕 자랑을 늘어놨다.

 “내가 말이야, 요즘 거리가 부쩍 늘었다네. 비결이 뭔지 아나. 장타왕을 차지했던 프로에게 특별 레슨을 받고 있거든.”
 허풍이거니 했는데 괜한 말은 아니었다. 함께 라운드를 해 봤더니 드라이브샷 거리가 230야드를 넘나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드라이브샷은 200야드를 넘는 수준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를 가르치고 있는 티칭 프로 그레그 스태퍼드에게 비법을 물었다.

빗자루 타법
스태퍼드는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나왔다. 집안에서 쓰는 비가 아니라 마당을 쓸 때 쓰는 커다란 빗자루다. 손잡이 두께가 무척 굵어 한 손으로는 쥐기 힘들 정도였다. 몇 차례 휘둘렀더니 이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스태퍼드는 빗자루 휘두르기를 10회씩 세 차례에 걸쳐 반복하라고 했다. 커다란 빗자루를 휘두르기가 만만치 않다. 3세트를 끝내고 나자 스태퍼드는 드라이버를 내밀었다. “이번엔 드라이버로 스윙해 보세요.” 갑자기 드라이버가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리본 막대기 훈련
빗자루 훈련을 마치자 스태퍼드는 장식용 리본 테이프를 매단 막대기를 꺼내들었다. 그가 손목을 이용해 막대기를 흔들어 댈 때마다 리본 테이프(화환 등에 쓰이는 천)에선 “딱” 하는 파열음이 났다.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스냅을 이용해 막대기를 흔들 때만 비로소 “딱” 소리가 났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만 가를 뿐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왜 빗자루와 리본 훈련이 필요한지를. 샷 거리는 결국 ①몸통을 최대한 꼬아준 뒤(coiling) ②손목 힘을 이용해 정확하게 임팩트하는 데 달렸다는 게 스태퍼드의 설명이다. 빗자루 훈련은 몸통 회전을 많이 하는 데 도움이 되고, 리본 막대기 훈련은 임팩트 감각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이다. 백스윙할 때 아크를 크게 하라든가, 왼팔을 펴라는 등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실제적인 훈련 방법을 배운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술·담배를 멀리하라
비거리와 관련해서는 PGA투어 7승에 빛나는 최경주 선수의 비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틈날 때마다 “거리를 늘리려면 술·담배를 멀리하라”고 말한다. 술은 근육을 풀어지게 만들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담배는 비거리와 상관없을 것 같지만 최경주 선수는 “담배 끊은 뒤 거리가 10야드 이상 늘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라운드 도중 담배를 피우면 샷을 할 때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다. 담배를 피우다 땅에 내려놓고 허겁지겁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쪼로’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몸통 회전을 잘한다 해도 임팩트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지난주 ‘남자는 비거리다?’ 편이 나간 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거리는 나한테 물어보라”며 큰소리치는 분도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거리를 늘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 더 많았다. 부인하고 싶어도 여전히 ‘남자는 비거리’인 모양이다.
한 가지 더. 틈날 때마다 산에 오르는 것도 거리 늘리기에 도움이 된다. 하체는 물론 허리 근육도 강화된다. 오직 골프를 잘하기 위해 평소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이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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