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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차붐의 전설을 뛰어 넘을 수 있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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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25면

박지성이 버밍엄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FC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4월 30일)에서 승리의 주역이 된 박지성은 22일 결승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단지 선수로서 비교할 때 박지성은 아직 차범근과 비교할 만큼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차범근을 능가할 만한 업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또한 차범근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지성은 지금 주전 자리도 굳히지 못했고, 그래서 심심찮게 후보 명단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선수를 유럽에서 ‘전설’의 반열에 오른 차범근과 같은 탁자에 이름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차범근이 활약할 때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럽의 톱리그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가 벌어진 곳이다. 그 위상은 지금의 프리미어리그 이상이었다. 최고의 리그에서 뛴다는 점에서 차범근과 박지성이 처한 환경은 비슷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당시 분데스리가는 한 팀에서 외국인 선수를 두 명만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 시절 차범근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수비수 브루노 페차이와 함께 부동의 외국인 듀오를 이뤘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경쟁을 뚫고 주전 선수가 된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제한이 없다. 박지성은 감독이 믿고 기용하는 선수지만 주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차범근의 업적은 눈부시다. 두 번이나 유럽축구연맹(UEFA)컵을 들어올렸다. 1980년 프랑크푸르트 소속으로, 88년 바이엘 레버쿠젠 소속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뛴 81년엔 독일컵에서 우승했다. 분데스리가 308경기에서 98골, 독일컵 16경기에서 8골, UEFA컵 17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국가대표로는 127경기에서 55골을 기록했다.

박지성은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2002~2005년)과 맨유를 거치는 동안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 170경기에서 25골을 기록했다(4월 27일 현재). 맨유에서는 79경기 8골. 국가대표로 출전해서는 69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물론 차범근은 공격수, 박지성은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의 차이를 감안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축구 전문 사이트(www.weltfussball.de)의 차범근에 대한 평가를 주목하자.

1988년 두 번째로 UEFA컵

“날개로 뛰든 중앙공격수로 뛰든, 헤딩이든 슈팅이든 문제가 되지 않았던 차(범근)…(Egal ob auf den Flugeln oder im Zentrum, der kopfball- und schußstarke Cha…)”.

그러면 박지성은 도저히 차범근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인가? 단정할 수 없다. 박지성은 아직 젊고, 또한 성장하고 있다. ‘두 개의 심장’ ‘산소 탱크’ 같은 별명은 박지성이 그저 체력만 좋은 선수라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박지성이 경기를 할 때 늘 중계 화면에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축구에 대한 그의 재능을 방증한다. 경기의 줄거리를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박지성은 차범근이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룸으로써 부분적으로 차범근을 극복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차범근도 이루지 못했다. 차범근이 들어올린 UEFA컵의 가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권위를 능가하지 못한다. 챔피언스리그는 챔피언(또는 챔피언급) 클럽의 경기지만 UEFA컵은 그보다 못한 팀들의 경기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첫 한국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박지성은 생애 최고의 순간 앞에 서 있는 셈이다. 맨유는 지난달 30일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를 물리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박지성은 AS로마(이탈리아)와의 8강전부터 줄곧 맨유의 주전선수로 뛰었다. 매 경기 박지성의 경기력은 돋보였다. 심지어 30일 경기에서는 몇몇 미디어로부터 10점 만점에 9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았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결승전에서도 박지성을 주전으로 기용할까? 변화무쌍한 퍼거슨의 머릿속에서 베스트11이 어떻게 조합될지 아무도 모른다. 선발로든 교체로든 박지성이 뛸 가능성은 충분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22일 모스크바(러시아)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상대는 첼시이고, 한 경기로 우승팀을 가린다.



유럽 최고의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에는 유럽 각국 리그의 상위팀이 출전한다. 각국 리그의 유럽 내 랭킹에 따라 챔피언스리그나 UEFA컵에 출전하는 팀의 수도 다르다. 2007~2008시즌 유럽의 3대 리그는 리가프리메라(스페인)ㆍ세리에A(이탈리아)ㆍ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다. 세 리그의 1~2위는 챔피언스리그 32강에 직행하고, 3~4위는 3차 예선부터 참가한다.반면 리그 랭킹 최하위인 산마리노(53위)의 경우 1차 예선부터 참가한다.1955년 시작된 ‘인터 시티스 페어스 컵’이 UEFA컵의 전신이다.
UEFA컵에는 기본적으로 각국 리그의 컵대회 우승팀과 리그 5~6위팀이 출전한다. 여기에 UEFA 페어플레이 랭킹 1~3위팀, UEFA 인터토토컵의 3라운드 승자 11개 클럽,UEFA 챔피언스리그의 3차 예선과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가 팀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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