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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민·친환경농법 擇一만이 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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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지난 10일 칠레 산티아고 근처 델몬트 포도농장을 찾은 방문단원이 포도를 만져보고 있다. 이 농장은 ISO인증을 받아 출입시 위생복을 입어야 한다. [경북도 제공]

"우리 농업이 사는 길은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으로 농업이민을 가는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지난 8일부터 열흘간 칠레 등지를 둘러보고 온 경북지역 농민들이 내린 역설적인 결론이다.

지역 과수농가와 관계 공무원 등 2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이번 방문 길에 칠레 농업부와 과수농가.수출업체.검역소 등을 찾았고, 인접한 아르헨티나도 들렀다.

이들이 확인한 칠레.아르헨티나 농업의 큰 특징은 천혜의 자연 조건과 대규모 경작이었다.

기후는 우리나라보다 일조량이 많고 비가 적었으며, 경작 면적은 기업농이 많아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다.

경북의 과수 평균 경지 면적은 1㏊인데 비해 칠레는 30~100㏊ 규모. 이런 여건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그대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우리 농산물의 품질을 월등하게 끌어 올리거나 칠레로 들어가 그들과 같이 농사로 경쟁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최양부 대사는 농업이민을 제안했고, 1만㏊의 연간 임대료가 35만달러라면 경북 농민들은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들과 동행한 경북도 FTA대책반 임주승씨는 "귀국 보고서에서 농업이민을 정식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도와 사과를 재배하는 현지를 둘러본 두 농민의 소감을 들어본다.

▶김종문(54.영천포도발전협의회 부회장.포도 3000평 경작)=국내 하우스 포도는 큰 타격을 입을 것같다. 칠레산과 비교하면 가격이 두배 정도 차이 난다. 그러나 노지 포도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국내 하우스 포도는 출하 시기를 조절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칠레 포도농장은 여건이 우리보다 월등했다. 일조량이 많고 비는 겨울에만 250~400㎜가 내린다고 했다. 포도가 익을 때는 비 한 방울 안 떨어져 탄저병 계통의 병균은 아예 생기지 않는다. 농약 살포도 1년에 서너차례에 그친다고 했다. 안데스산맥에서 내려오는 물로 수자원도 풍부했다.

농사는 개인이 아닌 기업형으로 이뤄졌다. 델몬트 포도농장에서 만난 이도 농민이 아닌 관리인이었다. 우리가 앞서는 게 있다면 영농 기술 정도였다. 우리 농산물이 살 길은 친환경임을 강조하고 싶다. 국내 소비자들은 우리 농산물에 농약을 많이 친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포도는 칠레산이 1㎏에 5000원이라면 우리 것은 1만원쯤 한다.

칠레산은 수송이 한달 이상 걸린다. 비싸더라도 우리 것이 우리 몸에 좋다는 생각에 이르려면 친환경 재배뿐이다.

▶김문칠(52.포항 죽장사과영농조합법인 대표.사과 6500평 경작)=칠레는 사과도 많이 난다.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품종은 후지로 전체 사과의 7% 정도였다. 유럽.미국 등지가 주된 수출국이어서 국내 유입은 소량이겠지만 포도.오렌지 등이 들어오면 결국 국내 사과도 영향 받게 된다.

칠레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시설비도 덜 드는 구조였다. 태풍도 지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나무는 지주목을 박을 필요가 없고, 농자재 값도 우리의 10분의 1 수준밖에 들지 않았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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