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한국 문화행사·비보이 공연 개막 앞두고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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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의 전통문화 행사와 비보이(B-boys) 공연이 개막 직전에 잇따라 취소됐다. 중국 측이 안전을 이유로 행사에 발목을 잡았거나 공안 당국이 제때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와중에 서울에서 집단 폭력을 행사한 중국 유학생들이 사법 처리된 데 대해 중국이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일 “당초 1~3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베이징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한국 거리 문화 축제’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원은 한국관광공사·한국컨텐츠진흥원·서울시·인천시·경기도 등과 손잡고 이번 행사 기간에 한국의 전통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이고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첨단 콘텐트를 전시할 예정이었다.

이 행사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 기원이라는 한·중 우호 친선 교류의 의미가 강하고 정치 색채가 없어 질서 유지와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문화부도 지난달 25일 정식 허가를 내준 행사였다.

그런데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베이징 시 공안국이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비준을 내주지 않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공안 당국의 비준이 나오지 않아 정상적으로 행사를 준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준비를 철저히 해 7월 말께 행사를 치를 예정” 이라고 말했다.

비보이들의 중국 순회 공연도 무산됐다. 대표적 비보이 그룹인 ‘라스트 포 원(Last for one)’의 중국 순회 공연을 주관해 온 일요신문 차이나 관계자는 “3일부터 이틀간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 예정이던 비보이 공연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 관리를 담당하는 칭다오 시 정부가 안전 관리 책임 서약서를 요구했으나 극장 측이 거부하는 바람에 공연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티베트 시위에다 성화 봉송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국 측이 안전 관리를 구실 삼는 바람에 문화 행사가 발목이 잡혔다”며 “수백 명의 교민과 중국인이 표를 샀는데 이제 와서 공연을 못 하게 돼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됐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일요신문 차이나 측은 각각 6일과 9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 예정이던 비보이의 순회 공연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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