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뮤직폰 내놓고 브랜드 키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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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M3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모토로라 신형 휴대전화 모델의 음악 믹싱 기능을 체험해보고 있다. 마이애미 비치(플로리다주)=서경호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서 지난 4~10일 'M3(Miami Music & Multimedia)' 라는 이름의 테크노 음악(일렉트로니카) 축제가 열렸다. 독일의 폴 반 다이크와 영국의 피트 통 등 테크노 음악계에서 내로라 하는 DJ들이 대거 참여했다. 마이애미 비치의 호텔과 수십개의 클럽에선 테크노 사운드가 온종일 쿵쿵거렸고 젊은이들은 리듬에 맞춰 새벽까지 몸을 흔들어댔다.

전형적인 음악 행사인 M3는 이동통신회사인 모토로라가 후원했다.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모토로라가 왜 젊은이들의 테크노 축제에 돈을 댔을까.

제프리 프로스트 모토로라 최고 브랜드책임자(CBO)는 "휴대전화는 이제 무선 엔터테인먼트 포털이 됐다"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실제로 M3에서 음악 기능이 강화된 3종의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새 모델들은 음악의 진동을 느낄 수 있도록 강력한 내장 스피커를 부착하거나 DJ처럼 직접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섞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모토로라 코리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토로라가 광고에 스타를 기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최근에야 스타를 광고에 등장시켰다. 기술만 좋으면 제품은 팔리게 마련이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잇따른 경영 실패를 겪은 뒤 모토로라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한 3세 경영=지난해 9월 창업자의 손자인 크리스 갤빈이 투자자들의 사임 압력 끝에 전격 물러났다. 74년을 이어온 모토로라의 가족 경영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1994년 모토로라는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서 23위까지 올랐다가 올해 61위로 미끄러졌다. 분사가 예정돼 있는 반도체 부문 매출을 제외할 경우 포춘 순위는 20위 이상 더 떨어질 것으로 포춘 최신호는 예상했다.

모토로라의 경영난은 90년대 중반 이후 경영 실패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우선 휴대전화 시장이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는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 세계 1위 자리를 노키아에 넘겨줘야 했다.

2000년 케이블TV에 쓰이는 셋톱박스 업계 1위인 제너럴 인스트루먼트를 170억달러를 주고 사들였지만 그 이후 이 회사의 매출은 49% 급감했다. 케이블 회사들이 셋톱박스 구매를 줄인 데다 신제품 발매가 경쟁사보다 뒤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실패는 크리스 갤빈의 아버지인 로버트 갤빈이 CEO로 있던 80년대에 시작됐던 이리디움 프로젝트였다. 모토로라는 모두 10여년의 시간과 260억달러의 돈을 잃었다. 벽돌 크기의 위성전화로 잘 알려진 이리디움은 현재 부도상태다.

크리스 갤빈의 사임 이후 모토로라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주가는 크리스 갤빈이 CEO에 취임할 때인 97년 수준과 비슷한 17달러선이다.

◇브랜드 경영이 살 길=모토로라는 지난해 나이키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인 제프리 프로스트를 한 기업의 브랜드 경영을 책임지는 CBO로 임명했다.

모토로라는 자사의 브랜드 '모토(Moto)'를 휴대전화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단어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코크(Coke)'나 '제록스(Xerox)'가 콜라나 복사기를 뜻하는 것처럼 휴대전화하면 모토를 연상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휴대전화 있어'라는 말 대신 '두 유 모토(Do you moto)'라는 말이 쓰일 수 있을 정도로 자사 브랜드의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마이애미 비치=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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