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정상회담서 ‘판다’ 외교 펼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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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일본을 국빈 방문할 때 ‘판다 외교’를 벌일 전망이다. 일본 도쿄 우에노(上野)동물원에 있던 판다 링링(陵陵)이 지난달 30일 새벽 22세의 나이로 죽자 일본 측이 중국에 새로운 판다를 보내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수컷인 링링은 1992년 베이징(北京)동물원에서 일본으로 옮겨진 뒤 ‘중·일 우호사절’로 불리며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해 왔다.

일본의 한 외교관은 1일 AFP통신에 “현재 외교채널을 통해 판다 임대 방안을 제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의 지지통신은 1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새로운 판다 한 쌍을 우에노동물원에 임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판다 임대는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판다 임대를 적극 검토 중인 것은 판다를 내세워 우호 협력 등 양국 정상회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50년대부터 상대국과 우호를 다지고 외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국에 서식하는 희귀 동물인 판다를 임대 또는 선물하는 ‘판다 외교’를 해 왔다. 57년 이후 지금까지 판다 23마리를 미국 등 9개 국에 선물했다. 북한이 가장 많은 5마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72년 국교 수립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에 판다 2마리를 선물하는 등 4마리를 기증했다. 그러나 판다의 숫자가 줄어들자 중국은 지난해부터 판다 선물을 중단하고 교배나 연구를 위한 임대만 허용키로 결정했다.

한편 후 주석은 방일 기간 중 와세다(早稻田)대에서 강연하는 등 방문 일정이 모두 확정됐다고 교도통신이 1일 보도했다. 하네다(羽田)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는 후 주석은 7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일왕을 예방하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와도 만난다.

8일에는 일본의 역대 총리 및 중·참의원 의장과 만나고 와세다대에서 강연한다. 9일에는 요코하마(橫濱)의 중국인 학교를 방문한 뒤 오사카(大阪)로 이동해 간사이(關西) 지역 경제계 인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다. 10일에는 나라(奈良)에서 문화재를 둘러본 뒤 오사카에서 베이징으로 귀국한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판다=흔히 곰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포유류 판다과에 속하는 야생 희귀 동물. 현재는 중국의 야생보호구역에 있는 산악지대나 대나무 밀집 지역에서 1600마리 정도가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길이는 120~150㎝, 몸무게는 70~160㎏. 주식은 대나무나 조릿대이지만 두더지 같은 작은 설치류와 뱀·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수명은 야생 15년 내외, 사육은 25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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