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99) 대전 동구 자민련 임영호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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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의 구청장 출신 후보 3명이 자민련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경상도에 바탕을 둔 당과 전라도에 기반을 둔 당 중 어느 한쪽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면 탄핵정국처럼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자민련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관선 대전 동구청장에 이어 민선 2,3기 동구청장을 역임한 임영호(49) 대전 동구 자민련 후보는 “정치 안정이 국민을 편안하게 만든다”며 “자민련이 이번 총선을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신행정수도 이전 등에서 지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대통령은 피해자고 야당은 가해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과 야당은 모두 가해자고 정작 피해자는 일반 국민이라는 것.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당리당략으로 국민을 부추기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런 관점에서 탄핵 반대 촛불시위도 자제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다행히 국민들이 점차 평상심을 되찾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빈농의 아들이다. 5형제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두부장사를 해 다섯 형제를 키웠다. 가난의 대물림. 희망을 잃지 않고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그는 고교 졸업 후 9급·7급 공무원 시험에 연속 합격했고, 방송통신대를 거쳐 숭전대(한남대 전신) 야간부에 편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학 3학년 때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가난은 잠시 스쳐가는 방해물일 뿐 영원한 방해물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실천자요, 승리자였다. 부친의 작고와 편모슬하의 고된 삶이 그를 강인하게 단련시킨 것이다. 그는 “아마 아버님이 살아 계셨더라면 아마 평범한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그의 좌우명은 ‘이상은 높게, 생활은 검소하게’였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좌우명이 추가된다. ‘남을 위하면 자리를 얻고 나를 위하면 자리를 잃는다’가 그것. 고향의 목민관을 거쳐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아온 그는 행정학 박사 학위도 받고, 나름대로 전직을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 지역의 자민련 출신 국회의원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 일로 자민련은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그는 자신이 나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이번에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자민련을 구할 전사로 자처하는 그는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으로 인기가 없다”며 “당으로서도 자민련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구인 대전 동구의 구청장을 관선 포함해 세 번이나 역임한 임영호 후보는 대단위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재래시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은 지역구의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임 후보(오른쪽).

“행정과 정치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선 구청장으로서 임기를 채우지 못해 주민들에게 죄송스럽지만, 그런 만큼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을 위해 더 노력하고, 더 봉사하겠습니다. 아울러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정치를 몸으로 실천하겠습니다.”

그는 이번에 등원하면 지역 현안 해결사로서의 역할과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잘 조화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동구는 100년 전 대전이 시작된 곳이다. 특히 경부선 대전역 뒤편은 전통적인 구시가지로, 판자촌·달동네에 노후화된 시설이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16개 지역에서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다른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최근까지 이곳 구청장으로 있었던 임 후보의 자랑이다. 동구청은 2년 연속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대단위 주차장 확보 등 재래시장 환경개선 작업, 20만평에 이르는 역세권 개발사업은 특히 그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 모두 대전시나 중앙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그는 이번 출마와 관련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청장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뜻도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행정 전문가라야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과 국가 균형발전을 조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1만 달러 시대에 8년간이나 머물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죠. 2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나름대로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풍토와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청년실업 극복, 노사화합 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겠습니다. 환경문제, 여성문제, 복지문제 등도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인 사고로 접근하겠습니다.”

선경식 월간중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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