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의문사’ 복용약물 확인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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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7일 제2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경안나들목 근처 갓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교 선후배 변사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광주경찰서는 숨진 김모(50·이비인후과 의사), 박모(48·골프 의류 판매업체 대표)씨가 독극물에 중독돼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 등의 체액과 구토물, 이들이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인삼드링크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지만, 수면제로는 직접 사인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추가 정밀 감정을 통해 독극물의 존재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주사기와 함께 휴대용 소형 약물 저장용기가 현장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주사기를 이용해 약물을 몸에 주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숨진 김씨의 병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의약품 구입 자료 등을 확보해 두 사람이 중독사를 일으킬 수 있는 약품 구입 여부와 용처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사기와 약물 저장용기의 내용물에 대한 정밀 감정을 벌이고 있으나 내용물이 건조된 상태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자살이나 타살보다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고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절친한 고교 선후배 사이인 데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두 사람이 동반 자살할 동기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박씨가 119 구급센터에 전화를 걸어 “숨쉬기가 힘들다. 약물 중독…”이라고 스스로 구조 요청을 한 것도 자살 혹은 타살됐을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독성 약물을 골퍼들이 사용하는 근육이완제나 신경안정제로 잘못 알고 주사기를 이용해 맞았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원주의 골프장으로 가던 길이었으며 36홀을 라운드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사망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변사자들에게 투여된 약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1차 감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독극물 중독이나 약물 부작용, 수면제 과다 복용 등에 대한 국과수의 정밀 감정결과가 나오면 의문점 상당수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영진·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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