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숙의 좋은 엄마되기] 유치원 친구 물건 들고 와 “선물 받았다”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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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살 된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유치원 엄마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듣고야 손버릇이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의 것을 훔쳐 와서는 늘 그 애가 줬다고 했거든요. 잘못 자랄까 눈물만 나네요. (이미애·38·경기 안산시)

다른 엄마 보기 부끄럽고 창피해서 낯이 붉어졌겠네요. 몹쓸 아이로 키운 것 같아 화가 나서 아이를 다그쳤나요? 그러지 마세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라는 과정에 있는걸요. 편안하게 풀어봅시다. 지금 엄마의 목표가 아이 야단치며 화풀이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문제를 잘 풀어 아이가 정직하게 자라는 것인지 되짚어 봐야 해요.

엄마가 너무 아이를 몰아붙이면 아이는 말을 닫고 행동은 더욱 과격해집니다. 더구나 다른 엄마들의 입방아를 당하고 있는 아이인데, 엄마까지 모질게 대하면 아이는 기댈 데가 없어요. 그러면 아이가 너무 가엽잖아요.

제가 아이를 기르며 여유로웠던 것은 ‘아이를 아이라고 인정했던 것,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부터 풀면 된다’는 생각 덕이었어요. 또 모르고 지나갔으면 손버릇 나쁜 사람이 될 텐데 이렇게 알게 돼 고칠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다행이라 여겼지요. 그래야 마음의 평정을 찾은 가운데 문제를 바로 보고 풀 수 있거든요. 훗날 다 자라 이런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지만 어린아이니 큰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가 몰라서 그런 것이니 가르치면 돼요.

여섯 살 아이들은 물건이 누구 것인지 확연히 구분하지 못해요. 그냥 맘에 들면 들고 올 수 있어요. 그럴 때 벌컥 화내기보다는 웃으며 이게 웬 거냐고 묻고 다른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하면 아이에게 “날마다 선물을 받아오면 미안하잖아. 다음부터는 받아오지 마라”라고 말해요. 여러 번 선물을 받았다고 하니 모른 척 아이를 데리고 그 아이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가자고 해보세요. 그리고 아주 고마우니 그 아이 엄마한테 전화하자고도 해요. 야단치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움찔할 겁니다.

엄마가 믿으니 오히려 아이가 함부로 하지 않아요. 또 엄마한테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고 훔친 게 걸리겠으니 앞으론 주의하죠. 물건이 흔한 요즈음인데 너무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아이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도 합니다. 어떤 성과를 올렸을 때, 아이의 적은 용돈이 모아졌을 때 뭐든 마음대로 사게 하는 게 좋아요. 아이가 자라는 동안 엄마는 아이를 세심히 살펴봐야 해요. 그릇된 게 보이면 그것만 웃으며 바로 가르치면 됩니다.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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