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주인공’ 무대에 서는 오현경 & 김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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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원로 배우 오현경·김인태(72)씨가 나란히 무대에 선다. 아버지와 자식간의 세대차를 그린 연극 ‘주인공’(5월13~16일·대학로 아르코 소극장)에서다. 백발이 성성한 두 배우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 식도암 수술에 이어 지난해 초 위암 수술을 받으면서 간절히 기도했어요. 관객의 가슴 속에 남을 두 작품만 더 하게 해달라고.”
   오씨는 ‘기억할 수 있는’이 아니라 ‘가슴 속에 남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개인적인 것 말고 연극에 관한 질문을 해달라고 주문하는 그의 속내가 읽혔다.
   연세대 극예술연구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배우라는 이름을 달고 산 세월이 50여 년. TV 1세대 배우로 브라운관도 누벼봤지만, 배우로서의 출발점인 연극 무대는 ‘언젠가 돌아와야 할 곳’이었다.
   “연극은 배우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예술이에요. 기계적인 기술과 기법을 동원하는 TV방송이나 영화와는 달라요. 배우의 ‘말(대사)’을 통해 관객과 교감하죠. 배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연극이에요.”
   연극 ‘주인공’(김순영 작·연출)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세대 차이’라는, 다소 뻔해 보이는 소재지만 세심한 연기를 요구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와 상황을 다듬어간다면 ‘젊은 관객들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연극·배우론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사이 김씨가 연습실에 도착했다. 이번 연극에서 그는 오씨의 죽마고우로 나온다.
   “마지막 작품이 무엇인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왔다”는 그는 “오형보다 분량이 적어 그나마 쉬엄쉬엄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말은 그래도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집(용인 수지)과 연습실(서울 성북동)을 3개월 가까운 연습기간 동안 오가는 것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연습에 몰입하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긴장감과 짜릿함이 피부에 와 닿아요.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죠. 잠시 세상사를 잊어요.”
   젊은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두 배우에겐 힘나는 일이다.
   “노인들을 모시고 연습한다니까 부러워하는 젊은 연기자들도 있대요. 요즘은 배우면서 연기하는 풍토가 아니잖아요. 젊은 후배들을 보면 재주 있고 발랄하고 자신감이 넘쳐요. 하지만 배우에겐 재주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재주로 승부를 걸기보다 발성을 비롯한 기본부터 다졌으면 좋겠어요.”(오현경)
   “작품의 양만 늘리고 질을 높이는 데 게으른 것이 요즘 연극계의 문제”라고 꼬집은 김씨는 “흥행에 연연하기보다 작품을 정선하고 정제하는 데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혹시라도 몸에 부하가 걸릴까봐 딴짓을 못해요. 후배 배우들에게 본이 되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어요.”(오현경·김인태)
   ‘주인공’은 제29회 서울연극제(30일~5월25일) 참가작이다. 이번 연극제에는 김씨의 아들 김수현이 ‘쿠크 박사의 정원’에 출연한다. 오씨의 딸인 오지혜는 서울문화재단이 한국연극 100년을 기념해 마련한 ‘대학로 연극투어’ 진행자로 서울연극제 참가작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문의: 02-762-3387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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