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部이사.감사制 도입 불필요-韓經硏"기업 지배구조"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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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경련(全經聯)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번 「한국기업 지배구조」보고서는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는 외부이사.감사제도에대한 재계의 반대 입장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자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계화추진위의 기업구조연구분과는대주주를 견제하고 객관적인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들로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복안을 세우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대해 한경연은 새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경영을 잘못하면시장에서 심판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으로 곧 세미나를 열고세추위 관계자들과 토론계획까지 세우고 있다.일단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방안의 하나로 기관투 자가 역할을 활성화하자는 데는 세추위나 한경연 모두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연금.투신등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보유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 대규모 투자자와의 협력 없이는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워진 것처럼 우리나라도 기관 보유 주식비중 증가추세에 맞춰 이에 걸맞은 기관투자가들의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그러나 외부감사.이사制의 경우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즉 혈연.지연등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한국 기업 풍토에서는 이들의 임명과정에서부터 실제 역할 수행까지 공정성.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개인주의가 잘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사외이사제도는 유착현상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도 사장에게 실권이 집중돼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한경연은 대안으로 기업인수시장을 활성화해 경영 성패등 책임을 시장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97년부터는 증권거래법상 일반기업에 대한 대량주식 소유제한 규정이 폐지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인수시장이 커질 전망이므로 여건은 조성돼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75.4%가 이 제도가 폐지되면 경영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기업들이 중시하는 이해당사자로 소비자(41.5%)를종업원(26.4%)이나 대주주(24.5%)보다 더 많이 꼽은 것과 관련해 보고서는 기관투자가등 주주외에 소비자들의 기업활동감시역할도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閔丙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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