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위성 실패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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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궁화1호 위성이 가까스로 동경(東經)1백16도,고도 3만6천㎞라는 제 궤도를 찾았다.그러나 제자리를 잡기 위해 25일동안 자체 연료를 써버리는 통에 무궁화1호의 수명은 당초 예상했던 10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년4개월로 줄어들 었다.
무궁화1호와 연말 발사예정인 2호는 모두 위성보험에 들어있다.위성의 구매가격과 두번의 발사비용을 합친 보험가입금액은 2억6백52만9천달러,보험료는 이의 15%인 3천97만3백50달러다.1,2호기가 각각 반반이다.
위성보험요율이 통 상 18~25%였던 것과 비교하면 싸게 먹힌 셈이라지만 15%라는 보험요율은 보통의 보험물건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무궁화위성의 보험계약기간은 발사 0.2초전,보조로켓이 점화하는 순간부터 1년동안이다.발사체의 폭발이나 궤도진입 실패,위성체의 기능장애 ,수명단축등 모든 발생가능한 위험이 보험대상이다.보험약관상의 수명은 9년7개월.이 수명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수명단축기간에 따른 보험금이 지급되고 수명이 절반에도 못미치면전손(全損)처리,보험가입금액 전부를 받고 소유는 보험사로 넘긴다.이번 경우는 전손에 해당된다.
보험기간을 발사전 0.2초부터로 잡은 것은 발사체나 위성체에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발사 0.3초전까지는 발사중지가 가능하기때문이다.그러나 일단 보조로켓이 점화되면 그 즉시 발사체가 폭발한다 해도 발사 서비스를 제공한 측은 면책( 免責)된다.무궁화1호의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맥도널 더글러스社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맥도널 더글러스에 주기로 한발사용역비는 모두 4천5백만달러다.이중 90%는 선금(先金)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0%만 발사 과정에서 위성체에 손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지불한다.무상(無償)재발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이런 조건은 대단히 불공정해 보이지만 이는 우주산업의 높은 위험성에서 비롯된「관행(慣行)」이다.만약 이런 규정이 없었다면비용을 훨씬 더 비싸 게 물어야 했을 터이고 실패의 두려움 속에 우주개발의 발걸음은 더뎌졌을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패의 아픔도 크지만 과학기술은 바로 그런좌절과 실패라는 배양토(培養土)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무궁화1호 위성은 분명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실패가 2호,3호 위성의 성공을 담보하는 좋은 교훈이 되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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