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진단>서울 내부순환 고속도로 체증 왜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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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파리市 내부순환고속도로.총 연장 35㎞에 하루평균 1백10만대가 이용한다.왕복 8차선으로 하루중 절반(12시간)은 도로용량의 75%를 넘는 차량이 몰린다.6개 고속도로,10개 국도와직접연결되고 12개 고속도로와는 간접연결되는 4 3개 인터체인지를 가진 파리市 중추 교통시설이다.
이 도로의 연장은 파리市 전도로의 2.5%에 불과하나 처리하는 교통량은 전체의 40%다.
그러나 교통량이 그렇게 많은데도 차량은 대부분 「물 흐르듯」운행된다.바로 「첨단교통관리체계」덕분이다.
우선 거의 모든 인터체인지의 진입램프에는 차단기가 달려있다.
본선 교통량이 차선당 용량을 넘게 되면 이 차단기가 내려오고 진입은 자연히 제어된다.「램프 미터링」이라는 교통수요관리기법이시행되는 것이다.
이 도로에는 90대의 카메라와 1백66대의 긴급전화가 설치돼있다.사고관리를 위해서다.
카메라는 사고를 감지한 후 15초안에 도로변 경고등을 켠다.
긴급전화는 다이얼을 돌릴 필요도 없다.「버튼」을 누르기만 하면견인차 또는 앰뷸런스가 온다.
교통량을 감지하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은 더욱 다양하다.도로 밑에는 6백50개의 감지기가 있으며 「가변정보표시판」도 3백개나 있다.이 정보를 이용해 운전자는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인접 도로의 교통상황도 알 수 있다.
외국의 대도시 순환도로는 대부분 이런 첨단관제기능을 갖추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도로가 없다.
지금 한창 건설중인 서울시 내부순환고속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요관제는 생각지도 않고 무작정 도로만 건설.개통하고 있다.최근 개통된 성산대교~홍은동구간에 체증이 생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구간만 개통해 그렇다』고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단(短)구간이라도 교통관제를 잘 한다면 문제는 훨씬 줄일 수 있다.
또 서울시 관계자 말대로 전 구간을 개통한다 해도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적절한 수요관제가 없다면 체증은 지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차가 밀리는데도계속 진입해 체증이 빚어지는 올림픽대로가 좋은 例다.
올림픽대로는 진입차량 운전자가 도로사정을 대충이라도 볼 수 있으나 교통상황을 알기힘든 「순환도로」는 통행특성상 문제가 더심각하다.
건설중인 서울시 내부순환고속도로에도 파리순환선과 같은 첨단 교통수요 관리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건설중인 도로에는 통신구(溝)가 없다.가변표지판을 설치할 장소도 선정돼있지 않고,하중이 설계에 반영되지도 않았다.진입램프에는 「램프 미터링」을 할 만한 공간도 부족하다.
인터체인지의 간격도 너무 제멋대로다.현 상태로는 첨단수요관제를할 수 없는 것이다.
도로를 건설한 후 첨단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들 뿐더러 도입자체도 쉽지 않다.건설중인 구간은 설계를 변경하는등 내부순환고속도로 전 구간 개통에 맞춰 첨단 수요 관리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도록 당국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陰盛稷〈本社교통전문위원.工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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