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D-100] 탁구·배드민턴 “올림픽 공한증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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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의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특히 일부 종목에선 한국에 대한 ‘경계 주의보’가 발령됐다.

중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꿈꾸고 있다. 중국은 종합우승을 위해 다이빙·여자역도는 물론 탁구·배드민턴 등에서 금메달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특히 탁구는 중국의 심장과도 같다. 하지만 중국의 종합우승 꿈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태극 전사들이다. 중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에 덜미를 잡혔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한국 경계령=KT&G 탁구팀은 최근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추진하던 중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KT&G는 남자 국가대표 오상은이 있는 팀이라 혹시 중국 탁구에 대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오른 발목 치료를 받고 있는 당예서의 재활 훈련을 지켜보고 온 대한항공 강희찬 감독은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한국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화됐다. 특히 당예서가 지난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4강전에서 왕난에게 4-3으로 승리하면서 중국 탁구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드민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이 임박해지면서 한국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예전에는 코칭스태프끼리 농담도 주고 받았는데 지금은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고 말했다.

◇중국을 위협하는 태극 전사들=중국 남자 탁구는 왕하오(세계랭킹 1위), 마린(2위), 왕리친(3위), 여자는 장이닝(1위), 궈옌(2위), 왕난(4위) 등이 세계를 평정하며 만리장성을 굳게 쌓았다. 배드민턴도 린단(1위), 바오춘라이(3위), 첸진(4위)을 비롯해 시에 싱팡(1위), 장닝(2위), 루란(3위) 등이 세계 남녀 배드민턴계를 독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번번이 한국에 발목을 잡혀 눈물을 흘렸던 아픈 경험이 있다.

중국 탁구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유승민(8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에서 왕하오가 유승민에게 무너진 장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유승민은 “나는 이미 한 번 금메달을 따봤다. 중국 선수들은 홈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릴 것이다. 올림픽과 같이 단기전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줄이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남자단식에서는 이현일(10위)과 박성환(12위)을 경계하고 있다.1m76cm에 왼손잡이인 이현일은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스매싱이 위력적이다. 지난 1월 코리아 오픈에서 세계 최강 린단을 꺾고 우승했다. 박성환은 지난 20일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 남자단식에서도 첸진을 2-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1m84㎝의 큰 키에 강력한 파워가 강점인 박성환은 린단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3승2패로 앞서며 ‘린단 킬러’로 불린다.

또 한 명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는 남자 복식의 이용대-정재성(3위)조다. 이-정조는 전영오픈·스위스오픈에 이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금메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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