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PC로 만드는 개인잡지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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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잡지왕국 일본에선 최근 들어 잡지계의 「틈새시장」을 겨냥한 「개인(個人)잡지」 붐이 일고 있다.이 개인잡지들은 신문.방송은 물론 기존잡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특정분야의 정보를 주무기로 한다.
개인잡지는 1,2명 또는 많아야 5명 이내의 소수인원이 잡지간행의 전과정을 도맡아 정기적으로 출판하는 형태.물론 혼자서도집필.편집.레이아웃 등이 가능한 매킨토시 기종의 DTP(Desk Top Publishing)컴퓨터가 일반화한 덕분이다.
예를 들어 격월간지로 약 1만부가 팔리는 다이스誌는 뒷골목의소규모 영화관에서 상영예정인 좋은 영화프로들을 주로 소개한다.
당연히 대상독자는 열렬한 영화팬으로 한정돼 있다.정가 8백80엔(약 7천40원)의 이 잡지는 작은 영화배급회 사를 운영하는아사이 다카시(淺井隆.40)가 혼자 출판하고 있다.그는 최근 아사히(朝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작은 영화관에서 명화들이많이 상영되는 데도 매스컴들이 외면해 직접 잡지발간에 나섰다』고 창간동기를 털어 놓았다.
개인잡지는 특정분야에 관심을 가진 몇몇이 모여 열성 하나로 발간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자기가 좋아 하는 일이라 출판비용도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부담한다.굳이 사무실도 필요없고 직장일이 끝난 뒤 자기 집에서 컴퓨터 로 작업하면된다.자금력이 없으니까 처음부터 광고 따위는 생각지 않는다.잘만 되면 서점 진열대에도 진출해 돈을 만질 수 있지만 안팔리더라도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일이 없다.오히려 정열 하나로 만들기 때문에 사업성에 따라 폐간여부와 기사방향이 좌우되는 일반잡지보다 생명이 길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동호인 모임의 회보 정도는 퍼스컴으로 제작하는 사례가 많다.그러나 일본의 개인잡지는 본격적으로 책방에까지 진출해 일반독자의 호응을 받고 있으며 인기도에 따라 많게는2만부 이상 고정적으로 팔려 나간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전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개인잡지는 기존 잡지보다 대상독자를 한층 더 폭좁게 설정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독자층이 동호지(同好誌)보다는 더 넓지만전문지보다는 폭이 좁다는 공통점이 있다.따라서 영화.음악.미술등 특정분야가 주대상이다.
일본에선 전통과 인지도면에서 우세하고 자본력.인력도 풍부해 이미 다수 고정독자를 확보한 기존 종합지.전문지에 맞서기 위해수년전부터 정치화제등 특정분야의 정보를 다루는 「회원제 잡지」가 출현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서점이나 가두판매점에 의존하지 않고 회원제로 독자를 모집,정기구독에 승부를 거는 회원제 잡지는 그러나 2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야만 채산성이 맞는다는 약점이 있다.
이러한 출간붐이 일면서 도쿄(東京)등 대도시의 서점가에는 직접 만든 잡지의 견본을 들고 와 진열대에 놓아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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