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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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개고기!』 『네!』 희경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고기를 떨어뜨렸다….
상운은 그 때 희경의 놀라는 모습에 그렇게 쾌감스러울 수 없었다.그것은 마치 아내를 죽일 때 받았던 쾌감같은 것이었다.눈물을 흘리면서 개고기를 씹어 삼키는 모습이란….그 후 희경은 개고기를 주식으로 하면서 고통을 견뎌야 했다.하루 하루 희경은생과 사를 넘나드는 무수한 고통을 맛보았지만 상운에게 그 고통은 지극한 쾌락이었다.고통은 사람을 쾌락의 클라이맥스로 몰고가기 위해 투자하는 전개 과정이다.상운은 지극한 쾌락을 맞기 위해서 투자하는 고통에는 인색하지 않 았다.아무리 몸이 힘들고 정신이 괴로워도 자연의 섭리는 다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게끔 돼있다.고통이 끝난 뒤에는 지극한 만족과 쾌락이 찾아오기 때문이다.그러나 고통을 투자하지 않고 만족을 기대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통과하 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돈많고 배부른 사람들이 쾌락과 행복에 젖어 살지 못하고 권태에 찌드는것은 다 고통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다.그래서 사람은 아무리배불러도 산에도 가고 골프도 치고 심지어는 다리에 줄을 매고 스스로 높 은 데서 뛰어내리는 번지 점프까지 즐기는 것이다.희경은 열흘만에 완전히 항복했다.그녀는 완전히 독기가 올라 허공으로 떠올랐던 것이다.물론 그녀의 오를 대로 오른 독기에 만족한 상운이 플로팅 가스를 작동시킨 때문이긴 하지만….정민수가 자기 목숨까지 바치면서도 치료못했던 희경의 히스테리를 상운은 열흘만에 고친 것이었다.그 후 희경은 자기 스스로 모든 일을 해나갔다.정신과 의사들에게 전화를 걸고 약속을 하고 몸까지 주어가면서 복수의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했다.그녀가 가끔씩 마음이약해지거나 자기 말을 안들으려 하면 상운은 아무 말없이 잠자코분위기만 잡으면 되었다.그러면 그녀는 스스로 겁에 질려 상운이만족할 만한 행동을 찾아 하기 때문이다.상운이 「어떻게 사람이그렇게 맹할 수 있을까?」라 고 생각했던 것은 그녀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컴퓨터 그래픽과 홀로그래피를이용한 환상이었기 때문이다.아무리 값비싼 하이테크놀러지를 이용해 현실같이 꾸몄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자기 느낌을 살펴봤다면 주변에 서 일어나는 일에 의문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최소한 발등을 뚫고 나온 바늘에 조금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을테니 말이다.그러나 희경은 철저하게 스스로 공포와 전율을 뒤집어썼다.아마도 그 공포와 전율이 환상을 현실로 느끼게 만들었을 것이다.상운은 그녀를 121번째 제물로 보내면서 아주 잠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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