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야구’에 부산 갈매기 또 날개 꺾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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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LG와 한화의 잠실경기에서 7회 초 한화 오승택<右>이 2타점 2루타를 치고 3루까지 가다 아웃되고 있다. LG 3루수는 김상현. [연합뉴스]

김성근(62) SK 감독은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에 2연패를 당한 뒤 숙소로 돌아와 맥주잔을 기울였다. 김 감독은 전력분석팀의 노석기 매니저와 함께 맥주잔을 연방 들이켰고 30분 사이 6병이 금방 비워졌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우리는 끝났다”고 회상했다.

당시 SK의 성적은 1승3패. 고작 네 경기 치른 시점에서 시즌 포기를 떠올렸다. 타선의 주축인 4번 이호준이 무릎 부상, 2루수 정경배는 허벅지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선발 투수들이 초반 난타당했고 마무리 정대현도 올림픽 최종 예선에 참가하고 돌아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었다. 개막 돌풍을 일으킨 롯데에 2경기 연속 힘 한 번 써 보지 못한 채 연패를 당하자 김 감독은 시즌이 힘들겠다는 생각에 불면의 밤을 보냈다.

그로부터 정확히 3주일 뒤. 김 감독은 인천 문학구장에서 자신을 좌절시켰던 롯데와 재회했다.

SK가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롯데를 꺾고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관리 야구’의 대명사인 김 감독은 롯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의 ‘자율 야구’와의 재대결에서 멋지게 설욕했다.

SK는 24일 롯데에 2-1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맛봤다. 김 감독이 주문하는 작전 야구와 불펜의 계투 작전이 효과를 발휘했다. SK는 1회 톱타자 이진영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2번 박재상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고 박재상의 희생 번트로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에서 김재현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선취 득점을 올렸다.

6회에는 세밀한 야구로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 박재상이 우월 2루타로 찬스를 만들었다. 후속 김재현과 박경완이 범타로 물러나 박재상은 3루에 발이 묶였다. 2사 후 정근우는 재치 있게 기습 번트를 댔고 롯데 투수 이용훈이 볼을 잡았다가 놓치면서 행운의 내야 안타가 됐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득점해 2-0.

이후 불펜 투수를 총동원해 지키기에 들어갔다. 선발 김원형에 이어 가득염-조웅천-정우람-정대현을 연달아 투입해 롯데 가르시아에 솔로 홈런 한 방을 허용한 채 1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9회 1사 2루에서 등장한 마무리 정대현은 조성환을 헛스윙 삼진, 롯데 간판 이대호를 내야 땅볼로 처리해 시즌 6세이브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맥주와 함께 밤을 지새운 이후 SK는 15승2패로 고속질주하고 있다. 더구나 롯데를 올 시즌 첫 3연패로 밀어 넣으면서 2위와 간격을 세 경기 차로 벌렸다.

잠실 경기에서 한화는 LG를 상대로 선발 류현진이 5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뽑아내면서 단 1실점으로 막고 김태균·신경현의 투런 홈런 등 팀 타선이 장단 16안타를 봇물처럼 터뜨리면서 13-1 대승을 거뒀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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