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조업 규제철폐 주장 공병호씨에 대한 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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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경남지역 멸치어선들의 군산외항 시위와 관련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이에 어업자원을 연구하는 전문가의 한사람으로서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멸치가 1년생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멸치가 여러해살이 고기라는 것은 자연 생태학자들에 의해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멸치가 1년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가. 그것은 문제의 발단이 된 경남지역 멸치 어업자의 어획대상이1년이 안된 멸치이기 때문이다.이들이 잡는 것은 1년 미만의 새끼멸치로서 시장에 나오는 마른멸치에 해당한다.그러면 다 자란멸치는 어떤 것인가.
이는 역시 경남지역에서 주로 잡히는 젓갈용 멸치로 2~3년 이상 된 것이다.공병호(孔柄淏)위원은 이런 사실조차 모른채 일방적 주장만 시도했다.새끼 멸치를 많이 잡아버리면 큰 멸치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孔위원은 기업수는 1백3개로 한정돼 있는데도 매년 멸치어획고가 증가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이 된다.
즉 권현망 어업의 어획고는 늘었는지 모르지만 젓갈용 멸치를 잡는 유자망 어업의 생산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이는 생산통계에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멸치젓갈의 이와 같은 생산감소는 가격상승을 가져왔으며 급기야몇년전부터는 이를 수입하게 됐다.현재 우리가 먹는 젓갈의 상당부분이 어분 가공용으로 생산되는 페루산 멸치(앤초비)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아울 러 孔위원은 젓갈용 큰 멸치를 잡는 유자망 어업자가 수천명에 이르는 사실을알고 있는지 묻고싶다.이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분명한 손해다. 두번째,마른 멸치 생산에 있어서도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있다.권현망 어업에 의한 생산 증가는 정치망 몫까지 잡는데서 온 점도 있기 때문이다.새끼 멸치는 정치망에 의해서도 잡히고 있다.권현망은 배를 이용해 잡는 반면 정치망은 어구를 고정시켜멸치를 잡는다.고급멸치는 정치망 어업에 의해 생산된다.
오늘날 미식가들이 찾는 「죽방」이라는 품질좋은 멸치가 바로 정치망에서 생산되는 것이다.지난 20여년간 권현망의 멸치 어획은 다소 늘었지만 정치망에 의한 어획은 크게 줄어들었다.품질 좋은 고급수산물이 생산감소로 점점 비싼 값을 치러 야만 하는 소비자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 것인가.
세번째,어선세력 변화를 지적하고 싶다.지난 20여년간 권현망어선 수는 3배가량 늘었고 단위 수당 어획고는 줄어 들었다.이들 어업은 지나친 생산설비 투자로 국가적 측면에서 자원낭비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결국 이번 멸치시위는 영 호남 권현망 어업자들간의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라기 보다 멸치를 둘러싼 다양한 어업간의 구조적 마찰과 갈등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조업구역 철폐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의한 문제해결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경남지역 권현망 어업자들이 수년전부터 자체적으로 모으고 있는 어선 감척기금은 문제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우루 과이 라운드(UR)이후 경쟁력 있는 어업이 유지되기 위해선 멸치어업에 있어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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