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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金정부에 대한 5가지 충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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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계절이 바뀌는 가을의 문턱에 서서 지난봄의 화사함을 돌이켜보는 것은 헛된 꿈이다.오히려 다가오는 겨우살이에 대비함이 현실과제다. 진주군(進駐軍)인양 위풍당당했던 기세의 기억은 아스라이 멀어지고,이제 잔여임기를 바라보는 金정부는 냉엄한 느낌이 들 것이다.달도 차면 기운다든가,취임초기 하늘 높은 줄 모르던인기가 지난 지자제(地自制)선거에서 보듯이 요즘은 종전 과 사뭇 다르다.앞으로 2년반을 내다보면 첩첩산중으로 보인다.
첫째,처음에는「사정(司正)」요즘에는「변화와 개혁」이라는 구호에 따라 박수치던 다수 국민들이 이제는 식상(食傷)하고 있다.
그간 애매모호했던 사정기준,보복성이 의심되기도 했던 수사대상 선정 등도 작용했겠지만,근본적으로 세인(世人)의 인기는 결국 중력(重力)의 법칙을 거역하고 높은 곳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둘째,지난번 대선(大選)에서 표주고 그 보답으로 뺨맞았다고 느끼는 중산계층이 이반하고 있다.특히 공직자사회의 정서가 심상치않게 보인다.
셋째,대형사고가 빈발해「사고공화국」이란 악명을 얻었다.집권초기에는 전임정권에 책임전가할 길이 열려 있었으나 이제는 책임회피의 길이 좁아졌다.넷째,그간 고위직에 등장했던 이른바「실세(實勢)」의 참신성은 퇴색됐고,그들의 무모.무지.무 능도 알려졌다.앞으로 핵심세력 가운데 내세울만한 인물도 고갈된 모양이다.
다섯째,내년 4월 총선 후보공천 이후에는 정당통제의 지렛대가 사라지고 권력의 누수현상 발생이 불가피하다.앞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구성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
계절변화를 알리는 가장 확실한 조짐은 철새이동이다.그간 친(親)또는 준(準)여권으로 남아있던 인사들이 현정권의 물갈이 위협,짧은 잔여임기를 보고 야권으로 이동하고 있다.그간 출세기회를 엿보며 자제하던 논객들이 차기 정권행 열차 자 리 예매표 확보를 위해 이제부터 공격의 포문을 열어 일제사격할 채비중이다. 이상의 진단이 크게 어긋나지 않다는 가정아래 金정권을 바르게 구원하는 방법을 그려보기로 하자.
첫째,정권유지 목적으로 헌법 고치기에 손대지 않아야 한다.대통령단임제보다 중임제가 정책의 일관성,권력의 조기누수현상방지등에 유효하다.개헌의 조항을 차기부터 적용하는 것은 납득되겠지만현직부터 적용한다면 독재시대와 다를바 없다.국회 의원 임기를 대통령임기와 일치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철새의 대규모 이동에서 오는 지지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물갈이 폭을 조절해 내년 봄 총선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다음 후계자 선정이 관건이다.
셋째,이미 공직자 어르기.중산계층 다독거리기가 부분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초기 사정바람이 워낙 드셌던 만큼 아직도불신의 골은 깊다.반면 현정권은 어차피「개혁」의 깃발아래 사활을 도모해야 한다.조화가 문제핵심이다.
넷째,요즘 정부의 구호인「변화와 개혁」은 일종의 동의어(同義語)반복이다.굳이 따진다면 사물의 모양.성질이 바뀌는 자동(自動)의 의미를「변화」,그것을 고치는 타동(他動)의 의미를「개혁」이 함축한다.현정권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남을 개 혁하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으뜸 과제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스스로 변화해야 할 주체가 누구인가다.그것은 정권의 이른바「실세」와 그 주변 인물들이다.집권초기 이들의 재산공개가 실제로 성실하게 이행됐던가.그후 치부해 큰집 짓고 고대광실로 옮겨 호강하는 자들이 없 는가.각종 청탁.이권개입의 기회를 과연 자제해왔던가.세상에는 늘 소문이 난무한다.대부분 근거없는 악성루머다.사실이 그러하더라도 적어도도덕성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정권으로서는 떠도는 소문에도 부끄러움이 있어야 한다.고대 로마의 「황 제의 아내는 의혹의 대상이어서도 안된다」던 시저의 고사(故事)는 시대와 정황은 다르겠지만 오늘날에도 가치가 있다.가까운 가족과 친인척을 빗대는 소문이 너무 많다.친인척관리를 잘했던 대통령이 그나마 국민에게 존경받고 있다.큰일도 사소 하게 보이는 데서 비롯되는 법,자신의 주변을 엄격히 다스려 성공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西江大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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