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논술경시대회 우수답안.심사평 1.고교최우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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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음은 中央日報社와 교육부 공동주최,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주관으로 8월18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중.고교생 논술경시대회」 우수답안입니다.금상 이상 입상자의 답안중 문항별로1개씩의 답안을 골라 채점위원회의 심사평과 함께 두차례(2,3일字)로 나눠 싣습니다.本紙 8월19일字에 게재된 이번 경시대회 문제를 참조하면 학생들의 논술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심사평은 ▲서대석(徐大錫.서울대 국문과)▲김세균(金世均.서울대 정치학과)▲김영식(金永植 .서울대 화학과)▲김흥규(金興圭.고려대 국문과)▲박순영(朴淳英.연세대 철학과)▲우한용(禹漢鎔.서울대 국어교육과)▲김대행(金大幸.서울대 국어교육과)교수가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편집자註] ※〈문제〉(소크라테스가 크리톤에게 한 말을 예문으로 제시한 뒤)소크라테스가 생각하고 있는 「법의 정신」을 요약하고 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글을 쓰라.
「악법도 법이다」.-준법 정신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소크라테스의 말이다.현대 사회가 점점 비대해지면서 이의 유지를 위해 법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그러므로 과거에 소크라테스가 생각했던 법의 정신과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법 의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은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크리톤과 대화를 나눌때 그는 법이 국민의 동의에 기초한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즉 국가에 살고 있는 이들은 이미 그 법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고,그렇지 않은 경우에 국민은 설득을 통해 법을 개정하거 나 국가를 떠날 수 있다고 했다.따라서 법에 동의해 국가에 살고 있는 이상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법의 정신,즉 준법정신이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준법정신은 널리 수용돼 왔다.물론 악법일지라도 그것에 동의한 이상 이를 준수해 법적 안정성을 유지해야한다는 생각은 다분히 이상주의적 발상으로 보인다.또 과거 우리나라에서 독재정권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준법」이라는 미명아래 인권을 유린했던 것처럼 그 폐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법의 존재 이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근대의 사상가 로크는 천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인민이 계약을맺었다고 했다.또 우리는 법을 준수함으로써 사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독재자들의 법의 악용을 막기 위해, 소크라테스와 로크가 주장했듯이 국민의 설득을 통한 법개정이 허용돼 국민적 동의를 최대화한다면 준법은 인권 보호와 사회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오늘날 사회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법을 파괴하는 행위가 점점 늘고 있으며,이로 인해 사회불안도 증가하고 인권이 경시되는 경향도 보인다.이러한 시대에 소크라테스가 중요시했던 준법 정신을되새기는 일은 매우 큰 의의를 지닌다 하겠다.
이 글은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을 정확하게 붙잡아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문제는 먼저 소크라테스의 긴 말에 담겨 있는 「법의정신」을 요약할 것을 요구했고 그 다음에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도록 했다.많은 학생들은 소크라테스가 처한 상황을 길게 설명하거나 소크라테스의 말 자체를 그대로 되풀이하거나,또는그 말을 다시 풀이했음에 비해 이 글은 한 문단에 그 정신을 요약하고 그 핵심을 「준법 정신」으로 제시하고 있어 돋보인다.
이 글이 보여주는 견해는 소크라테스의 「법의 정신」이 지닌 핵심인 「준법 정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그 주장을 펴기 위해 소크라테스의 견해가 지닌 약점을 지적했고 준법의 부정적 측면이라 할 수 있는 악법의 경우에 대해 검토한 뒤 그러한 약점의 보완을 위해 「인권」과 「설득」의 요소를 조건으로 제시했다.어떤 문제에 대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두루 살피는 것은 논술의 균형성과 정당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문제해결의 온당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글이 깔끔한 만큼 사고의 깊이가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점은 결정적 약점이다.소크라테스의 생각이 「이상주의적」이라면 그것이 왜 그러한지를 입증했어야 한다.또 소크라테스 시대에 그런 생각이 가능했던 까닭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오늘날의 보완책이 논의됐더라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문단의 구분도 대체로 잘돼 있고 문장도 비교적 정확하며,또 불필요한 서론을 길게 늘리지 않았지만,「…생각해 보는 일은 의의가 있다」는 식의 서론은 역시 형식적인 말이 되고 말았다.
또 「국가에 살고 있는」이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어색하다.이런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논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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