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綠色서울 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에서 몇대째 살아온 토박이 노인들의 회고에 따르면 1세기전,아니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모습은 지금과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고 한다.대표적인 예로 예나 이제나 서울의 한복판이랄 수 있는 종로구의 약수터와 우물을 꼽을 수 있다.와룡동의「쫄쫄우물」,깊이가 30척에 이른 명륜동의 「깊은 우물」,충신동.이화동 사이의 「옹달 우물」,화동의 「복주우물」,청운동과 궁정동에 걸쳐있던 「박우물」,필운동의 「당나귀 우물」등은 특히맑고 물맛 좋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
한 원로 언론인은 중학생시절 고질적인 눈병을 앓았는데 「쫄쫄우물」의 물을 바르고나서 감쪽같이 나았을만큼 신묘(神妙)했다고회고한다.종로구만 벗어나도 서울은 바로 자연 그대로였다.
청계천에서 피라미를 잡았고,정릉에선 산짐승이 출몰했 으며,남산에선 뻐꾹새가 울더라는 것이 한 토박이 노인이 전하는 1930년대의 서울 모습이다.
어떤 면에서든 50년전,1백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게 지금의서울이다.눈에 보이는 변화는 인구가 크게 늘었고,땅덩이가 넓어질대로 넓어졌으며,과학문명의 혜택을 그 어느 곳보다 많이 받고있다는 정도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는 그런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연환경에 대한 의식이다.서울이 지녔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체험한 세대에게도 환상이나 추억쯤으로나 남아 있을뿐 그 회귀(回歸)란 생각조차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기야 그런 형편은 우리의 서울만 겪고 있는게 아니다.세계의대도시들은 하나같이 환경보전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그래서 생겨난 것이 「녹색정치사상」이다.환경에 대한 「녹색적 관심」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선 기존의 자연보호운동과 맥을 같이 하지만 「녹색정치」는 정치.경제.사회생활의 모든 것을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게 목표라는 점에서 자연보존주의나 환경주의와 구별된다.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녹색정치」가 현실적으로 정치세력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만한 일이다 .
서울시가 민선(民選)시장 취임식에서 「녹색 서울」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녹색정치」의 한 유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는지 모른다.정치력과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단순한 환경보호운동이라면 기대한 만큼의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게 분명하기때문이다.지자체의 첫 녹색환경운동이 우리 서울을 얼마나 푸르게만들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