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활기록부 여건부터 갖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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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육개혁중 관심의 표적이 될 종합생활기록부 시안(試案)이 나왔다.공청회를 통한 부분적 수정.보완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잘 짜인 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아무리 잘 계획된안이라 해도 이를 시행할 학교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이 기록부는 학생의 인적.학적.출결사항,신체발달심리검사 사항,수상경력.자격증 취득,진로 지도교육.교과학습 발달사항,특별활동.봉사활동.행동발달 사항등 무려 12가지 요소로 이뤄진다.한교사가 수백명을 대상으로 과연 얼마나 정확히 기 록부를 작성(作成)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종전 생활기록부라면 진학과 대학 내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않았지만 이번부터는 대입성적의 40%를 차지하는 결정적 자료가된다.학부모나 학생의 관심이 비상하게 높아질 것이고,교사의 공신력이 그만큼 시비의 대상이 될 것이다.이번 여름방학중 봉사활동 숙제를 위해 동회(洞會)와 복지단체(福祉團體)에 학생들이 모여들어 혼선을 빚었던 일을 상기한다면 기록부 작성을 쉽게 낙관할 수 없다.
생활기록부의 정착을 위해선 교사의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하고,기록의 사무전산화등 교육환경 개선이 선결조건이다.정부 계획대로라면 96년 초.중등학교 전면실시에 98년까지 과도기를 거쳐 99년부터 개정기록부만 사용키로 돼 있다.그러나 97년부터 대입자료로 당장 활용키로 돼 있으니 사실상 내년실시라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내년 당장 실시할만큼 학교의 여러 조건이 갖춰졌는가.사무전산화도 요원(遙遠)한 일이고,교사증원이나 처우개선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아닌가.
종래의 성적위주교육에서 탈피해 「다품종 소량화 생산」시대에 걸맞은 지성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에서 도입된게 종합생활기록부 제도다.교육개혁의 기본을 이루는 요체다.이안이 실시여건의 미성숙으로 잡음이 일고 공신력에 금이 간다면 교육개혁의 근본이 흔들리는 손상을 입게 된다.
개혁 본래 취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면 여건조성이 시급하고,실시도 완급(緩急)을 가려 단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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