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예산안에 고려할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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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골격을 밝혔다.아울러 추경(追更)예산 편성방침도 확실히 했다.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내년도 예산은 일반회계와 재특(財特)을 합쳐 63조원으로 올해 보다 14.9%늘어난 것이다.일반회계 증가율이 92년이후 가장 높기는 하지만내년의 경기전망이나 통합재정수지에서의 예상 적자규모등으로 볼 때 내년의 예산규모를 팽창으로 보지는 않는다.더욱이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교육.과학기술.농어촌지원.복지부문등 재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능해야 할 분야도 많 다.따라서 내년 예산은 그 증가율 보다 앞으로 조정될 부문별 내용과 운용의 효율성제고가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년 총선거를 의식한 각종 정치적 요구의 차단과 정부의 생산성 제고,예산제도의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예컨대 공무원과 군인의 처우개선은 옳다 할 것이나 이는 정부.군(軍)의 조직.기능및 업무의 효율화,이미 문제점이 노출된 현행 연금제도등과 연계해 고려돼야만 처우개선의 폭도 늘리고,국민에 대한 설득력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또한 지나치게 경직.통제적인 현재의 예산배정및 운용방식도 부처의 신축.자율성을확대하고,사후(事後)심사기능을 확대 하는 방향등으로 개선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추경예산과 관련한 정부방침의 번복이다.세수초과는 진작부터 예상돼 왔으나 이의 사용에 대해 여당이 추경편성을 주장한 반면,정부는 불과 한달 전까지도 안정기조정착을 위해 차입금 상환에 쓰는 것이 옳다는 반론을 펴왔었 다.그 사이상황이 급변한 것도 없는 만큼 이번에 정부가 추경편성의 불가피성에 대해 편 여러 논리는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세금이 더 걷혔으니 쓰겠다는 식의 논리는 올해 예산을 상징적수준이나마 흑자편성하면서 이른바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 강화를 주장해온 정부의 기존입장과는 동떨어진 것이다.오히려 정치권의 압력에 대한 굴복,또 본예산 통과 보다 추경예산 통과가 쉽고 예산증가율을 둘러싼 숫자놀음에도 유리하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 느껴진다.이런 추경예산편성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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