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폭개편 의미-변별력 높여 수능비중 커질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내년 수학능력시험이 변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폭 개편된 것은 97학년도부터 시행되는 새 대입제도의 착근을 위한 사전 정지(整地)작업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국.공립대는 물론 상당수 사립대에서도 국어.영어.수학중심의 본고사를 없앨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능시험의 비중은 지금보다 오히려 더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종합생활기록부나 논술.면접등 다른 전형자료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수능시험만큼 객관적인 잣대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대학들이 그동안 수능시험의 「낮은 변별력」을 본고사 시행의 주된 이유로 내세웠던 만큼 「더 높은 변별력을 가진 수능시험」이 새 대입제도 시행에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개선안은 하루에 시험을 치르고 기존 시험영역을 그대로 유지하는등 큰 틀이 지켜지긴 했으나 세부 내용은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어려워졌다」고 느낄수 밖에 없도록 바뀌었다.
문항수가 늘어난 만큼 시험시간은 늘지 않은데다 지문이 더 길어짐으로써 문제풀이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게 됐다.
수험생들이 가뜩이나 어렵게 여기는 수리.탐구Ⅰ에서는 주관식 문항이 20%나 출제된다.
틀린 답이라 할지라도 정답에 보다 유사하도록 제시하며「정답 없음」이란 답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지금까지 실시된 세차례 수능시험에서는「정답 없음」이 정답인 문항은 하나도 없었다.
문항내용의 중요도,난도,풀이과정의 복잡성등을 고려해 문항의 차등 배점을 보다 명확히 하되 지금까지의 0.2점 간격은 동점자 문제의 해결을 고려한「억지 변별」이었다는 점에서 최소한 0.5점으로 간격을 넓히기로 했다.
영어의 경우「말하기 평가」를 원어민(原語民)의 말을 방송을 통해 듣고 답을 표기하는 방식으로「듣기 평가」에 물려 시도한다. 또 주목할 것은 이번 개선안에서는 생소한 제도로 인한 수험생.학부모들의 혼란을 우려해 일단 보류됐지만 점수 통보방식에「표준점수제」의 도입이 깊이있게 검토되고 있어 99학년도에는 시행이 유력시된다는 점이다.
표준점수제는 개인간 점수의 상대 비교나 개인의 영역별 능력차이 비교등을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는데다 앞으로 수능시험이 年2회 실시되거나,시험성적의 유효기간을 1~2년으로 연장할 경우에는 시험간 형평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 다.
변별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교육계일부에서는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묻는다는 수능시험의 원래취지가 「성적 우수자의 판별 도구」로 퇴색할 수 있으며,본고사 때보다 덜하더라도 과열 과외가 계속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도나오고 있다.
또 수능시험의 시행이 2년밖에 안됐고 99학년도에는 어차피 대대적인 체제 개편이 필연적인데 굳이 97,98학년도 한시적 시행을 위해 기존 체제를 뜯어고침으로써 학부모들의 혼란과 국민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는 냐는 비판론도 있다.
〈金東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