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이 쓸 만한 정보 싹쓸이 … 우린 틈새 노려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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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16면

평범한 정보서 옥석 가려 돈 되는 프로젝트로 요리
한진균(54)광업진흥공사 해외금속1팀장

한진균 팀장은 지난해 캐나다 아연광 탐사프로젝트가 무산됐을 때 크게 낙담했다. 2006년 4월 캐나다의 한 아연광산업체가 광업진흥공사를 찾아와 투자를 권유했다. 자료를 검토해 보니 아연의 순도나 매장량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만한 사업이 들어오는 것도 어려워요. 진짜 돈 되는 광산은 캐나다나 호주의 대형 광업회사들이 꽉 쥐고 있어서 시장에 절대 안 나와요. 좀 쓸 만하다 싶은 건 중국이 웃돈을 얹어 주고 사 가죠. 그리고 남은 것들이 한국에 돌아옵니다.”

해외광물개발팀장 4인의 ‘탐사 비법’

‘물건이 되겠다’는 마음에 캐나다까지 단숨에 날아갔다. 하지만 캐나다 북쪽 끝에 자리 잡은 아연 탐사 지역에는 철도가 놓여 있지 않았다. 발굴에 성공해도 항구까지 실어 나를 방법이 없었다. 수익이 나려면 철도가 놓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약점을 내세워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일 년간 협상을 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워낙 조건이 안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사업권을 사지 않은 걸 보면….”

20년 넘게 광업 프로젝트를 발굴해 온 한 팀장은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는 광물 탐사시장에서 한국은 마이너 국가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는 3등급 정보 중 괜찮은 걸 골라내서 돈 되는 프로젝트로 요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광진공은 해외 프로젝트가 쓸 만하다고 판단되면 국내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수익성 때문에 개발 및 생산 단계의 프로젝트에 주력한다면 광진공은 탐사사업에 적극적이다. 이것이 공기업의 역할이라고 한 팀장은 생각한다.

광산 개발 뒤 발전소 수주 등 부가적 수익사업 찾아다녀
최준(46) 경남기업 상무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광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사업을 따내면 사업성이 높아집니다. 최근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에서 발전소 건설을 수주한 것도 그런 거죠.” 최준 이사는 “주 요리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디저트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로 부가적인 수익사업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암바토비 광산탐사에 참여한 2006년 10월의 일이다. 광산의 주주가 되고 보니 전력발전소 건설업체를 선정 중임을 알게 됐다. 니켈 제련공장을 가동할 때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발전소였다.

사업권은 중국 업체가 따낼 분위기였다. 최 이사는 컨소시엄 파트너인 경남기업 등과 힘을 합쳤다. “중국 업체보다 선진 기술을 이용하겠다”고 다른 외국 주주들을 설득했다. 결국 1억7500만 달러 규모의 발전소 건설은 한국 차지가 됐다. 니켈 제련 과정에서 필요한 암모니아를 저장하는 탱크 건설권을 따내기도 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젝트 기획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이라고 최 이사는 설명한다.

“우리 회사가 건설은 못하지만 전 세계 107개 해외 지사와 현지 법인을 통해 사업권을 따낼 수는 있어요. 공장을 짓고 내부 설비를 할 수 있는 업체들을 참여시키면 사업을 성사시킬 수 있는 거죠. 프로젝트 기획자가 되는 겁니다. 광산 개발도 그렇게 하면 부가가치가 커집니다.”

정보 수집 등은 아웃소싱 자원 개발 기술력으로 승부
김성식(45) 최준(46) 경남기업 상무

김성식 상무는 기술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는 2005년 자원개발팀이 생겼어요.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인 셈이죠.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기술 분야에 집중했어요.” 경남기업 자원개발팀은 팀원 6명뿐이지만 전원이 지질학자·자원공학자 등 전문기술을 가진 인력이다. 김 상무는 “광산사업에 투자하는 기업 중 관련 전문가를 이렇게 많이 보유한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이 투자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는 것은 그래서다. 경남기업의 기술력을 빌리고 싶은 것이다. 경남기업은 그런 기업들의 정보 수집이나 사업 운용 능력을 빌린다.

“그렇게 한번 사업을 같이하고 신뢰가 형성되면 다음 사업 땐 자연스럽게 우리를 찾아와요. 또 우리가 괜찮은 사업을 발굴하면 상대 기업이 믿고 참여하기도 하죠. 늦게 출발했지만 암바토비 니켈 광산 개발 같은 굵직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김 상무는 인간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보가 흐르는 것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속광실무협의회’라고 금속 광물사업을 하는 실무자들의 모임이 있어요. 그곳에서 각자가 가진 투자 정보도 공유하고 난관에 부닥치면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거기서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도 하는 거고요.”

해외광업회사 인수합병 계획 단순 투자자 넘어 운영자로
전인성(45)SK네트웍스 부장

전인성 부장은 컨소시엄을 이루기보다는 단독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걸 선호한다. 궁극적으로 광산 운영 기업으로 커 나가기 위해서다.
운영 기술과 기법을 얻기 위해 광업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전 팀장은 지난해 중국 화베이 지역 최대 동광산과 제련소 복합기업인 북방동업주식유한공사의 지분 45%를 인수해 숙원이던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SK네트웍스는 경영에도 직접 참여할 방침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한 데는 중국 현지지사의 역할이 컸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방동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그룹 내 ‘경영서비스 컴퍼니’의 도움을 받았다. 투자 프로젝트나 인수 기업에 대한 재무 상태를 평가하기 때문에 전 팀장이 미처 보지 못한 결점은 없는지 체크해 준다. “지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고 프로젝트 가치 평가도 해요. 그 과정에서 우리만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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