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이 스캔들 적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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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러시아의 예카테리나는 성욕이 대단한 여성이었다. 제위에 앉은 34년 동안 젊고 잘 훈련된 수많은 젊은이를 애인으로 거느렸다. 상당수가 군인이었다. 이들은 여제(女帝)의 성욕을 채워주는 대가로 후한 보상을 받았다. 궁정 요직이나 봉토, 또는 노예를 선물로 받는 경우가 많았다.

여제의 성욕이 어찌나 왕성했던지 그녀가 1796년 뇌졸중으로 숨지자 종마와 성행위를 하려다가 깔려 죽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우리가 힘 있고 성욕이 강한 여성에게 얼마나 잘 매료되는지 상기하는 일화로 남았다. 그들의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공직자들의 섹스 스캔들이 연일 터져 나오는 요즘 그런 여성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나 데이비드 패터슨(스피처의 자리를 이어받은 바로 그날 과거 불륜을 고백했다)은 러시아 여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다가 발각된 남자들 이야기가 많다. 뉴욕의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이 남자들(스피처와 뉴저지 주지사를 지낸 짐 맥그리비)에게 “바람둥이 주지사(Luv Guvs)”란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여성 중에서 그럴 만한 이를 꼽아보라면 정치학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미국의 공직사회에서 여성이 연루된 스캔들은 사소한 몇 건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 일회성이거나 대가성 관계가 아니라 애정이 얽힌 문제였다. 수 마이릭은 1989년 샬롯(노스캐롤라이나)의 시장 재선에 도전하면서 현 남편이 다른 여자와 결혼생활을 하던 1973년 그와 혼외관계를 맺었다고 고백했다(그래도 선거에서 이겼다).

1998년에는 헬렌 체노웨스 하원의원(공화당)이 “개인의 품행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반(反) 클린턴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고는 곧 1980년대에 유부남과 6년 동안 불륜을 지속했고 그를 자신의 보좌관으로 고용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캐서린 브라이슨 유다주 하원의원은 2004년 불륜 장면이 몰래카메라에 잡혔다. 남편이 도둑을 잡으려고 설치한 카메라였다. 국제적으로 아주 예외적인 사례는 타이완에서 벌어진 불륜 사건이다. 여성 정치인 취메이펑이 한 유부남과 성행위를 갖는 동영상이 2001년 공개돼 그녀는 사과 후 정계를 떠났다.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쾌재를 부를 거리는 못 된다. 근무시간에 몰래 즐기는 데이즈인 호텔의 한낮(패터슨), 집무실에서 질펀하게 즐긴 뒤 피우는 시가(빌 클린턴), “아르헨티나 폭죽”이란 별명이 붙은 스트리퍼(윌버 밀스 아칸소 주지사), 시간당 4000달러짜리 콜걸(스피처)만큼 흥미롭진 않다.

어떤 여성들은 스캔들이 없다는 사실이 여성 정치인을 더 많이 뽑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한다. ‘여자가 세상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Why Woman Should Rule the World)’란 책을 낸 디 디 마이어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 공직에 진출하면 성 추문이 줄어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난 힐러리 클린턴이 수습직원과 눈이 맞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적으론 여성이 우월하다고 생각되지만 여성 역시 성욕의 지배를 받는다는 증거는 많다. 찰스 왕세자에게 카밀라가 있었다지만 애인은 다이애나에게도 많았다. 시카고 대학 부설 전국여론연구센터의 톰 W 스미스는 부정행위에 관한 한 “여성이 남성과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캔들에 휘말리는 여성 정치인이 적은 이유는 뭘까? 우선 사람 수가 달리기 때문이다. 연방의회의 여성 의원은 86명이고 주 의회에서 여성은 네 명중 한 명꼴이다. 가혹한 언론의 검증을 부를 만한 유명인사가 드물다.

기본 생물학으로 설명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여류작가 로빈 모건은 남자는 “섹스 자체가 목적이다. 하지만 여자는 섹스에 대한 접근방식부터가 남자와 다르다. 적어도 사랑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탈선하는 여성이 남성에 비하면 훨씬 더 고통을 당했다. 남성은 종종 쉽사리 용서 받는다. 바람을 피워도 순간의 일탈이나 통제 못할 욕구로 여긴다.

노스웨스턴 대학 파인버그 의대의 정신과 의사 건뵤그 라볼은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란 말에는 남성에겐 “바람기가 있다”는 가정이 담겼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다 그렇지 뭐’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그는 되물었다. “여성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대가는 더 가혹하다. 어느 여성이 자식을 포기하고 싶겠는가?”

영국의 여성 정치인 에드위나 커리는 2002년 공개한 ‘일기’에서 보수당 동료인 존 메이저 전 총리와 4년간 불륜관계를 지속했다고 밝힌 뒤 맹비난을 받았다(메이저는 아내가 그 사실을 알고 이미 용서했다고 말했다). 한 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88%가 불륜을 공개한 그녀의 결정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메이저가 더 나쁘다고 대답한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절반이 그녀가 더 나쁘다고 대답했다. 여성은 불륜이나 문란한 사생활을 피하거나 숨기는 게 상책이란 결론이 나온다. 요즘의 여성 정치인에게는 젊은 남자들을 숱하게 거느리는 것이 결코 이롭지 않다.

With KAREN SPRINGEN, CATHARINE SKIPP and JAC CHEBATORIS

JULIA BAIR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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