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지만 음란성에선 ‘파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8호 06면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해 ‘국민 검사’ 별명을 얻은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안대희 대법관. 그는 이번 대법관 성향 분석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반대 의견 4건, 별개 의견 5건으로 가장 많은 소수 의견을 낸 것.
그는 김황식 대법관과 함께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치적 사건뿐 아니라 고율 이자 반환청구와 같은 경제 사건에서도 진보그룹의 반대쪽에 섰다. 정부투자기관 임직원에 대한 변호사법 적용 등 형사사건에서는 “정의를 세워야 한다”며 처벌 우위론을 폈다.

소수 의견 가장 많이 낸 안대희 대법관

그러나 17일 송두율 교수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는 예상을 깨고 김지형·전수안 대법관 등 진보그룹과 보조를 맞춰 별개 의견을 냈다. 전원합의체가 아닌 일반 사건에서도 탈보수 성향의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4일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동영상 콘텐트 제공업자 사건에서 “성기를 직접 노출하지 않아 형사법의 규제 대상이 될 만큼 신체 부위나 성행위를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깼다. 한동대 이국운(법학) 교수는 “안 대법관의 판결 성향을 보면 법적 논리에 충실하려는 소신이 강하다”고 말했다.

안 대법관은 “송 교수 사건의 경우 국적이 어느 나라든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일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논리만 타당하다면 어떤 대법관과도 함께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법관은 “앞으로도 부정부패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며 “진정한 보수의 입장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