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김정일 대화 상대로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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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 공원을 방문해 헌화한 뒤 참전용사 조각상을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오전(현지시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대화를 해야 할 상대라고 생각한다”며 “남한과 북한이 실질적인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 한반도 문제 전문가 9명을 숙소인 블레어하우스로 초청해 연 조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북한은 과거와 같은 전략적 접근이 아니라 남북이 도움되는 방향으로 진실되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남한이 인도적 입장에서 핵 문제와 관계없이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존 햄리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노무현 정권과 미국은 불편한 기간을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17일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와 같은 상설 대화기구를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연락사무소장은 양측이 협의할 사안이긴 하지만 남북한 최고 책임자의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과거 방식으론 안 되기 때문에 북한에 처음 상설적인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현재도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2년 기본합의서에 따라 그해 9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설치했다. 96년 북한 잠수정 침투 여파로 폐쇄됐다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복원됐다.

이 대통령이 말한 서울~평양 연락사무소는 물론 이런 판문점 연락사무소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정식 국교를 맺지 않은 국가 간에 대사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양측 수도에 설치하는 상주 대표부 개념이다. 양측 정상을 대리 연결하는 사실상의 ‘핫라인’ 역할도 할 수 있다. 각종 경협·교류는 물론 군사 현안까지 입장을 교환하는 전방위 채널이 될 수 있다. 설치 그 자체로 남북 관계가 몇 단계를 뛰어 넘는다.

문제는 북한의 수용 여부다.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각종 남북 접촉에서 남측의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부정하는 북한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전격적인 제의는 방미 기간 중 나왔다. 최근 북핵 신고 타결로 북·미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서다. 북한이 남측엔 대화 거부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구사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 북한과 사전 교감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대통령 내외는 18일 오후 헬기를 타고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와 만찬을 함께한다. 이어 19일 한·미 정상회담과 오찬 회동을 잇따라 하고 회담 결과를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다.  

워싱턴=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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