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經院,韓銀검사권 논란-韓銀독립성 문제 얽혀 미묘한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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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은행 「업무의 잘잘못」에 대한 감사 권한을 어느 곳에서 가져야 할 것인가.한은 부산지점 지폐 유출 사건을 계기로 새삼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감사권 문제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은 아니지만 한은에 대한 좀 더 철저한 외부 통제가 있었다면 사태가 확산되는 것은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 때문이다.
재정경제원은 21일 오후 희한한 내용의 자료를 냈다.
『재정경제원(舊 재무부)은 83년부터 한은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한은에 대한 검사 여부는 한은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감사원등 관계기관과 신중히 협의해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현행 한은법(40조)에는 매년 1회 이상▲재경원장관의 업무검사와▲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재경원과 옛 재무부가 한은에 대한 업무검사권을 10년 이상 행사하지 않았던 것은 지난 82년 한은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자 서로 껄끄러운 관계를 피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감사원(당시 1국2과)이 당시 중재에 나서 재무부에 한은에 대한 업무감사를 하지 말도록 했다는 주장도 있다.
대신 감사원이 회계 감사를 하면서 사실상 업무도 함께 들여다보는 「통합 감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지자 감사원의 통합 감사로는 한은의 업무를 자세하게 들여다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과 함께 재경원이 다시 한은에 대한 검사권을 행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재경원에 나온 감사원 조사팀은 이번사건의 경위를 따지면서 왜한은에 대한 업무감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한은측은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매년 한차례 감사원 감사때 부서별로 회계는 물론 정책.업무 검사까지 받고 있다』며 『재경원의 업무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감사원법상 감사원이 회계 감사는 물론 업무 검사도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감사원과 재경원의 중복 감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재경원이 마련해 국회에 계류중인 한은법 개정안에도 예산승인권은 신설하되 업무검사는 감사원 감사로 일원화하며 재경원의 한은에 대한 업무검사권은 폐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재경원과 한은 관계는 워낙 민감해 명쾌한 해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어떤 형태로든 한은 업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梁在燦.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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