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韓·日 최강팀 '빅 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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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4국이 단체전으로 겨루는 3회 CSK배 아시아선수권전이 오는 2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다. 한국은 이창호9단.유창혁9단.이세돌9단.최철한7단.송태곤6단 등 5명의 최강멤버가 출전한다.

황제 조훈현9단은 무관이 되면서 세계대회가 시작된 이래 처음 대표 명단에서 빠졌고, 그 자리를 '19세 국수' 최철한7단이 차지했다. 최7단이 예선전 없이 세계대회에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그동안 국내대회에 나서지 않았던 유창혁9단이 이번 대회부터 출전한다.

우승상금은 2000만엔. 준우승 1000만엔. 4개국이 풀리그를 벌여 순위를 결정짓는다. 한국은 2002년의 1회 대회 때 10전10승의 놀라운 전적으로 우승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일본과 대만에 연속 패배해 단체전 사상 처음 우승을 놓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우승은 일본이 차지했다. 오는 21~23일까지 매일 낮 12시에 대국을 시작하고 제한시간은 각 2시간이 주어진다. 중국은 선발전을 거치는 바람에 구리(古力)7단 등 강자들이 다수 탈락한 반면 일본은 기성.명인.10단 등 최강으로 구성됐다. 일본기사 중심의 대만팀은 복병.

▶중국=위빈(兪斌)9단, 왕레이(王磊)8단, 딩웨이(丁偉)8단, 쿵제(孔杰)7단, 왕시(王檄)4단

▶일본=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9단, 하네 나오키(羽根直樹)9단, 유키 사토시(結城聰)9단, 미무라 도모야쓰(三村智保)9단

▶대만=린하이펑(林海峰)9단, 장쉬(張)9단, 왕리청(王立誠)9단, 왕밍완(王銘琬)9단, 저우쥔쉰(周俊勳)9단.

박치문 전문기자

*** 세계대회, 그 뒤안길에는 …

일류들은 바쁘다. 줄줄이 이어지는 세계대회가 올해는 CSK배를 시작으로 9개나 예약돼 있다. 초청으로 치러지는 각종 이벤트와 중국리그까지, 부디 와달라는 손길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는 푹 줄어든 대국 때문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예선전이 많은 연초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어떤 때는 두달씩 대국이 없다. 노장기사들은 그렇다 쳐도 막 입단한 젊은기사들까지 두손 놓고 있는 때가 비일비재다.

스포츠 등 다른 세계에서도 일류와 마이너 쪽의 연수입은 1백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바둑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다른 프로세계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다른 세계는 뛸 그라운드는 있는데 실력이 부족해 차이가 나는 것이고 바둑계는 그라운드 자체가 너무 불평등한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목전에 닥친 CSK배를 예로 들어보자.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약 2억원. 준우승은 1억원. 3위는 5000만원. 최강 실력의 한국이 우승한다고 가정할 때 5명의 선수에겐 약 4000만원씩 돌아간다. 국내 기전 우승상금만큼의 액수를 거머쥔다.

반면 국내대회는 2억원 안팍의 예산 중 우승상금과 주관료(20%), 진행비 등을 떼어낸 나머지 돈을 200명의 기사가 나눠 갖는다. 기간은 무려 1년이나 걸리고 우승을 하지 못하는 한 푼돈이다.

그나마 이 같은 국내 정규기전은 1990년대 15개에서 최근엔 6개로 줄어들었다. 대신 출전이 제한되는 각종 이벤트성 기전과 세계대회는 크게 늘어났다.

세계대회는 타이틀보유자에게 1차 참가권이 있기 때문에 대략 랭킹5위까지 참가한다고 보면 된다. 5명 정도만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된다(무관이 된 조훈현9단이 65일 만에 대국한 일도 있다). 적어도 톱클래스 20명 정도는 대국만으로 생활이 유지돼야 할 텐데 이런 식이라면 그게 불가능하다. 30위쯤 가면 어림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로세계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야구나 골프에서 정규리그 대신 이벤트가 더 많다고 가정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스폰서들은 모든 기사가 참가하는 대회 자체를 싫어한다. 이기든 지든 대국료를 주는 오랜 전통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들은 고유의 대회참가권과 대국료 제도를 결코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바람에 신예대회나 소수가 참가하는 단체전 등 이벤트성 대회는 늘어나는데 정규기전은 점점 시들어간다.

프로니까 수입이 천양지차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상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뛸 그라운드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바둑계의 허리를 살릴 대책이 필요하다. 이들이 시합만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바둑은 인기를 상실할 것이고, 결국 정상권의 프로들도 그라운드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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