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금뿐인 再活 말이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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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사건은 참사도 참사지만 그 운영실태 또한참사 못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드러난 관리.운영실태를 보면말이 기술학원이고,보호시설이며,재활기관이지 실제로는 감금이 주목적인 감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외출이 완전 금지되고,면회도 전화도 극도로 제한되며,호된 벌이 있고,고참들의 구타와 기합이 있는 학원의 나날은 흔히 듣는 교도소의 실상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이런 생활을 한창 발랄한 시기의 소녀들이 견디기 어려워 했을것임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더구나 수용자중 상당수는 가출한 상태로 유흥가생활도 경험한바 있어 통제된 생활에 더욱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기기술학원의 실태는 우리나라 각종 보호시설.재활시설의 실상,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복지수준의 현주소를 웅변해주는 것이다.부산 형제복지원사건,대전 성지원사건에서 드러났듯 정신질환자나부랑인 수용시설의 경우는 경기기술학원의 실태보다 도 오히려 더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복지수준의 낙후성이 바로 문제의 근본원인중 하나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럴바에는 차라리 시설을 폐지해버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그것은 국가와 사회에 주어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복지국가.복지사 회를 지향하는 현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포기해버리고 만다면 국가의 존재의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국방이나 사회질서유지만을 목적으로 한 야경국가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
문제는 보호.재활시설을 마련해 놓긴 했으나 재정적 뒷받침과 국가.사회의 관심이 충분치 않았을 뿐 아니라 수용자의 이력.개성.희망에 따른 세분화 되고 전문적인 교육.교화가 이뤄지지 않았던데 있다.기왕 만들었으면 제대로 운영해 앞으로 더욱 늘려나가야 할 이런 기관들의 모델이 되도록 했어야 하지 않는가.
총체적인 국부(國富)로 따져 세계 11위국이면 무엇하는가.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이토록 허술하고서야 어떻게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는가.감당하기 어렵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관심과 배려로 현실을 개선해나가는것이 국가의 소임이요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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