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中 부패추방은 강택민 政敵제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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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웨이젠싱(尉健行)은 부패가 난무하는 이 시대 중국땅에서 대중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베이징 黨서기 취임후 보여준 단호한사정(司正)의지 때문에 그의 이름은 공직자부패 척결의 대명사,「판관 포청천」의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부패추방운동의 속을 들여다 보면 상당부분 그의 맹주(盟主)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실제로 尉당서기는 최근 보도진에게 『(사정활동의)최우선순위는 중앙의 심기를 편케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 「중앙」이란 물론 국가주석이자 당총서기인 장쩌민(江澤民)을 지칭한다.
이 발언은 江이 주도하고 있는 공직자 反부패운동의 본질을 엿보게 한다.느닷없이 베이징시장 천시퉁(陳希同)이 독직(瀆職)스캔들로 해임된 것처럼 지방정부에 산재한 反장쩌민파를 몰아내는 수단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중국의한 은행가는 『동 서고금을 통해 부패는 있어 왔다.江은 자기힘을 과시하려 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사실 91세인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일찍이 부상한 尉는 평생을 전문관료로 지내온 탓에 혁명세대에 비해 결단력이 부족하고 수동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그러나 대대적 사정한파 이후그의 면모는 새로이 인식되고 있다.길거리에서 『 鄧사후 누가 江에게 도전할 것인가』라는 한담은 자취를 감추고『사정(司正)의다음번 희생양은 누가 될까』하는 웅성거림이 자자하다.
이런 가운데 부패척결운동이 장기적으로 부패를 뿌리뽑는데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중국에는 영국 인구만큼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고 그들의 봉급은 형편없는 수준이다.최고위 공무원인 江의 월급도 겨우 3백48달 러다.人民日報의 지적대로 공무원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부패구조는 정교화될 뿐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중국정부는 당장공무원 봉급을 획기적으로 인상할 계획이 없는 듯하다.특급식당에서 샥스핀과 코냑을 시켜먹는 공무원의 명단을 은밀히 내사할 것이라는 소문은 관청의 분위기만 한층 스산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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