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소련 보수파 쿠데타 4주년-옐친 인기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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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을 영웅으로 탄생시킨 91년 8월 옛소련 보수파 쿠데타가 19일로 4주년을 맞았다.그로부터 4년이흐른 지금 옐친대통령은 쿠데타군을 맨몸으로 저지했던 그날과 딴판인 상황속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92년 초 가격자유화를 앞세워 내닫기 시작한 옐친대통령의 개혁은 네프만(신흥부자)등 일부 수혜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러시아인들로부터 빈부격차 심화.사회보장제도 파괴등 부작용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내치(內治)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그가 서방측 지원에 더욱 의존하고 미니공화국 체첸과 8개월 넘도록 전쟁을 치르면서 대국(大國) 러시아의 체면은 크게 손상됐고,한동안 잠잠했던 공산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이「왜소한 러시아」에 실망한 국 민들에 편승,급부상하고 있다.옐친대통령은 최근 유고사태 중재에 적극성을 보이며 국내외 입지만회를 노렸으나 그마저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건강도 말이 아니다.심장발작으로 지난달 11일부터 24일까지입원치료를 받았고 퇴원후 곧바로 모스크바 근교 요양소로 옮김으로써 가뜩이나 번져가던 건강이상說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옐친대통령이 지난 3일 재선위원회를 발족시키는등 집념을 보이고 있지만 10%이하로 곤두박질한 지지도(쿠데타직후 90%이상)를 끌어올릴 묘책이 없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고 건강 때문에 아예 출마조차 못하리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옐친이후」에 대비한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지난 5월「우리집 러시아」黨을 결성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는 6월 체첸게릴라들의 부됴노프스크병원 인질사건을 협상으로해결,정치력을 인정받으며 옐친대통령 불출마시 0순위 인물로 꼽히고 있다.그는 오는 12월 총선에서 자파후보들을 대거 당선시켜 원내교두보를 확보한 뒤 내년6월 대통령선거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온건개혁파 야블로코연합을 이끄는 경제학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도시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상승세에 힘입어이미 출마를 공표했다.극우민족주의자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와 겐나디 주가노프 공■당 당수도 대선출 마 방침을 굳혔다.
이밖에 군부의 우상 알렉산드르 레베드 前14군(몰도바주둔)사령관도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으며,미하일 고르바초프 前소련대통령도 옐친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붓는등 권토중래 야망을 숨기지않고 있다.
내치와 외치(外治)모두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한 옐친대통령은 지금으로선 건강이 허락하더라도 자력당선보다는 야권후보 분열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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