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자 폭행하는 文民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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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취재기자를 폭행해 중상까지 입힌,상식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몇대씩 메고 방독면.헬멧에 소속 신문사 표시까지 하고 있는 사진기자 4명을 집단구타해 그중 한명은 전치4주의 중상이라 니 기가 막힐 일이다.더구나 실신해 길바닥에 쓰러지자 그 위에다 최루탄을터뜨리기까지 했다니 제정신이었는지 의심스럽다.
군사정권시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시위등의 과잉진압은 여론의 비난을 받기 일쑤여서 경찰이 시위에 관한 보도 자체를 기피한 적은 있었다.그러나 문민정부 아래서 불법시위를 막는 경찰이라면두려울 것이나 감추는 부분이 없이 떳떳해야 되지 않을까.
물론 찌는듯한 삼복 더위에 중장비차림으로 땡볕에서 시위대와 다퉈야 하는 경찰의 어려움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상상이 간다.특히 혈기왕성한 청년으로서 같은 또래의 대학생들과 화염병-최루탄으로 맞서야 하는 정신적 괴로움이 크리 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또 많은 동료전경들이 화염병이나 쇠파이프에 맞아 병상에서 고통을 겪는데 따른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지도모른다. 그러나 경찰의 취재기자폭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통제력을 상실한채 폭력을 앞세우는 공권력은 이미 공권력이 아니다.대낮 큰길에서 취재기자를 집단구타하고 실신시킨뒤 최루탄까지 터뜨리고 유유히 철수한 행위 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민중의 몽둥이라 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전투경찰은 군인과 같은 조직.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다.그러므로 전경의 취재기자폭행은 지휘관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기자폭행이 지휘관의 지시나 명령이 아니었다면 현장에서 부하들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닌가.
경찰의 취재기자폭행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부에 대한엄중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조직내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상급자를 더엄하게 다스려야 기강이 제대로 서는 법이기 때문이다.아울러 경찰은 시위문화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의식부터 먼저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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