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혁신도시 어디까지 왔나, 10곳 중 6곳 공사 시작 … 땅값 2조4269억 지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0개 혁신도시 중 6개는 이미 공사가 시작됐다. 토지 보상도 78%나 진행됐다. 토지 보상비로 지급한 돈만 이미 2조4269억원에 이른다. 개발계획 자체를 완전 백지화하기에는 너무 많이 진행된 것이다. 토지 보상비 외에 사업비 등 모두 43조원을 쏟아 붓는데도 연간 효과는 3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노무현 정부가 박아 둔 대못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주 혁신도시 착공식에서 “혁신도시 기공을 서두른 감이 있다”며 “제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 두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진행됐나=정부가 혁신도시 토지 보상비로 책정한 돈은 3조1028억원이다. 이 중 78%가 이미 지역 주민에게 지급됐다. 전남 혁신도시는 전체 면적의 95.3%에 대한 보상이 끝났다. 경북 혁신도시도 보상률이 90%를 넘어섰다. 보상이 가장 더딘 대구 혁신도시(63.1%)도 이미 절반 이상의 땅 주인들이 보상금을 받았다.

6곳(제주·경북·경남·전남·울산·부산)은 이미 공사가 시작됐다. 통상 보상이 80~90% 이상 진행된 뒤 공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혁신도시는 착공을 서둘렀다. 울산은 보상률이 54%인 상태에서 땅부터 파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착공한 제주는 보상률이 70%인 상태에서 착공식을 했다.

혁신도시 입지가 결정된 것이 2005년 2월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단단히 대못을 박은 것이다. 도시 10개를 완전히 새로 만들다시피 하는 대규모 개발이 이처럼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정부가 쉴새 없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노 정부는 입지 선정 1년 만에 대부분 지역에서 개발계획을 승인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수백억원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토지 보상을 독려했다. 가장 먼저 착공하는 지역에 300억원, 두 번째 지역에 100억원을 주는 식이었다. 당근을 내건 이유는 토지 보상을 얼마나 빨리 마무리하느냐가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수백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으려다 보니 보상을 서둘렀고, 보상비는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강원 혁신도시의 용지 분양가(㎡당 58만원)는 인근 산업단지 분양가에 비해 6배나 비싸다.

혁신도시를 염두에 두고 아파트를 분양한 곳도 많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원주·전주·진주 같은 혁신도시 예정지 인근에 이미 5만1000여 가구가 분양됐다. 이곳으로 이전하는 공기업 직원들을 겨냥해 분양한 것인데, 현재 절반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해당 지역으로 인구 유입이 되지 않으면 지역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는 물량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혁신도시를 염두에 두고 지역개발 계획을 만들어 둔 점도 부담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정부 입장에선 어차피 비싼 보상비를 지급하고 땅을 확보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이전 가능한 공기업은 이전하고, 남는 땅에는 산업 기능을 대폭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조성비의 1%만 받고 50년간 토지를 임대해 주는 임대산업단지를 만들고, 기업과 연구소를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외국 교육기관과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해 교육환경을 잘 가꾸면 공기업 직원이 ‘나홀로’ 오지 않고 가족단위로 이주할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진행되면 정부가 주도해 혁신도시로 이전시키기에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한다. 또 혁신도시를 기다리고 있는 지방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서둘러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혁신도시를 권역별로 묶어 통폐합하고, 착공하지 않은 혁신도시는 용도를 기업·대학·연구 중심지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며 “여러 대안을 만들어 해당 지자체와 논의해 지역에 가장 필요한 방법을 이른 시일 내에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이진주 기자

새 정부 들어 첫 혁신도시 부산서 착공
국토장관 갑자기 참석 안 해
이전 예정 기관장 대거 불참

16일 오후 3시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매립지에서 열린 부산 혁신도시 착공식장.

허남식 부산시장, 이재균 국토해양부 차관, 이전 대상 13개 공공기관 대표, 시민 등 800여 명이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는 사물놀이와 의장대 연주를 시작으로 13개 기관이 성공적으로 부산에 뿌리를 내릴 것을 기원하는 ‘희망나무 심기’ 퍼포먼스, 발파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허남식 시장은 환영사에서 “혁신도시 착공을 400만 시민과 함께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 첫 삽을 뜨는 동삼지구 등 4곳에 13개 공공기관이 이전하게 되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성장축을 형성하게 된다”며 “부산 혁신도시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균형 발전을 촉진할 수 있도록 차질 없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균 국토해양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은 부산이 해양수산 메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는, 역사를 새로 쓰는 의미 있는 날”이라며 “동삼동 매립지는 그동안 영도 구민에게 어려움을 안겨준 곳이지만 이제는 부산을 해양수산 중심도시로 도약시킬 희망의 땅”이라고 평가했다. 또 “정부도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장에는 혁신도시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착공식에는 당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재균 차관이 대신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 장관이 15일 오전 11시쯤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왔다”며 “특별한 일정 없이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 예정인 13개 기관의 경우도 5개 기관만 원장이나 이사장이 참석했으며, 나머지는 이사급이 참석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주·김천·나주·진주의 혁신도시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독려하던 모습에 비하면 차분한 분위기였다.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조일수(23)씨는 “최근 공공기관 이전 재검토 얘기가 나오는데 제대로 조성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반시설에만 861억원 투자=부산의 혁신도시는 ▶해양수산분야 기관이 옮겨올 동삼지구 ▶금융기능 중심의 문현지구 ▶영화영상분야 기관들이 입주할 해운대구 센텀지구 ▶이전기관 임직원과 가족들이 거주할 남구 대연지구 등 4개 지구로 나눠 건설된다.

부산시는 861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혁신지구 진입로와 상하수도·녹지·호안 등의 기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부산=강진권 기자


“경제논리로 혁신도시 수정 말라”
예정지역들 강력 반발

혁신도시 대상 지역들은 “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조성해야 한다”며 일제히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일부에선 인근 지역과 연계해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도시 문제가 전면 수정 내지 변경되는 것이 아닌가 해 당혹스럽다”며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경제논리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성장 동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영화와 지역 간 문제 등을 정밀 검토해 일부 보완한다는 전제하에 본래대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다른 시·도와 공조해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 혁신도시 시장·군수협의회장인 김천시 박보생 시장도 “혁신도시 건설 계획의 축소나 변형은 있을 수 없다”며 “조만간 전국 혁신도시 단체장들과 함께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나 당초 계획대로 추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천 혁신도시는 이날 4공구 공사가 시작됐다.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의 지방의원·주민·사회단체·기업체로 구성된 혁신도시지원협의회는 조만간 대책회의를 열어 정부에 혁신도시 건설의 차질 없는 추진을 요구하기로 했다. 경명현 협의회장은 “혁신도시를 축소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른 지역과 연대해 상경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토해양부 보고서에 대한 이의도 제기됐다. 울산시는 “보고서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시는 국토해양부의 보고서에서 분양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던 지역이다. 김문규 울산시 혁신분권담당관은 “기존 시가지에 인접한 울산 혁신도시는 당초 택지개발지구로 예정했던 곳이고, 이전 대상도 공장이 아니라 본사 사옥과 연구소”라며 “이를 다른 혁신도시처럼 산업단지의 분양가와 비교해 ‘비싸서 이전해 올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혁신도시 예정 지역이 원래 택지지역이어서 아파트 등의 분양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찬호 기자

◇혁신도시=수도권에 있는 공기업과 정부 산하단체 125곳을 전국 10개 지역으로 이전하기 위해 만든 도시다. 인구 2만~5만 명의 새 도시를 기존 도시 옆에 짓는다. 노무현 정부는 2012년까지 기관 이전을 모두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혁신도시가 세워지는 곳은 나주·원주·진천·전주·김천·진주·서귀포 등이다. 10곳 중 6곳은 이미 공사가 시작됐다.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의 줄임말이다. 신행정수도 계획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행복도시로 바뀌었다.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대에 인구 50만 명의 도시를 만들어 청와대·국회를 뺀 정부부처·위원회 40곳을 이전시킬 계획이다. 충청 지역 공공기관 6곳도 이전한다. 지난해 7월 착공했고 보상비는 3조8000억원, 총사업비는 15조1385억원이다.

◇기업도시=기업이 중심이 돼 산업·연구·관광 등으로 특화된 도시를 지방에 세우는 사업이다. 충주·원주·태안·무주·무안과 영암·해남 6곳이다. 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기업이 사업을 주관한다. 산업단지와 달리 주거 기능을 포함하기 때문에 최소 330만㎡ 이상 규모로 짓는다. 자족형 도시를 목표로 했지만 입지가 좋지 않고 투자금 확보도 어려워 건설사 외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 [J-HOT] 줄리아니에 "Why don't you…" 장내 폭소

▶ [J-HOT] 친박 당선자 복당 요구하던 朴, 다시 침묵 모드로

▶ [J-HOT] 昌 떠난 강삼재…"서울 출마 권유하고선 선거때 외면"

▶ [J-HOT] "송민순 정보 독점…주미대사관도 미국서 내용 들어"

▶ [J-HOT] 청와대 "대운하 연내 안 한다"…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