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도, 포기도 못 하고 … 대운하 반대 여론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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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전면에 내세운 ‘대표 공약’이었다. 그 때문에 청와대가 대운하 건설을 연내에 추진하지 않기로 한 건 일종의 결단이다.

청와대가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운하 건설에 대한 여론의 변화다. 중앙일보와 SBS가 10~11일 실시한 패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3%가 “대운하 추진을 재검토하거나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다. 같은 모집단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45.6%에 불과했으나 올 3월 57.9%로 높아진 데 이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이 많은 대운하를 강행할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4월 총선으로 새로 구성될 18대 국회 당선인들의 반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총선 뒤 당선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운하를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10%에도 못 미쳤다.

대운하를 건설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국회 내 반대론자들을 무시하고 밀어붙일 경우 자칫 정부 출범 초부터 소모적 논란만 거듭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청와대의 ‘대운하 드라이브’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대 여론이 심해 특별법 제정 등 대운하 사업의 연내 추진이 어렵다는 내용을 최근 참모들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대운하 건설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닌 것 같다. 연내 추진을 안 한다는 것이지, 대운하 건설 자체를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게 한 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규제개혁 등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낸 뒤 대운하에 대한 반감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이 호전되기를 기다렸다가 적당한 시기에 다시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라는 차원에서 여당에 주도권을 넘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정부 출범 초부터 일단 동력을 잃은 대운하 건설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이 대운하 건설 추진을 맡을 경우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주도적으로 맡게 된다”며 “하지만 이 의장은 지난해 대선 때도 대운하 건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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