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경축사 뭘 담았나-계기되면남북관계 급진전 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대북제의가 없다.
대신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기본원칙을 분명히하고 있다.
남북당사자간 해결.주변국의 협조.남북간의 기존합의사항 준수 등 3원칙이다.
한때 「획기적인 대북제의가 있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올라간 기대수위에 못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진전이 있다면 과거에는 당사자간 해결만을 강조하던데서 이번에주변국의 도움과 뒷받침이 필요함을 덧붙인 대목일 뿐이다.
金대통령이 이처럼 차분한 기조를 유지한 것은 주변의 상황을 감안한 결과같다.
우선 북한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곱지 못하다.
특히 동포애와 인도적 차원에서 쌀을 지원했음에도 수송선과 선원들이 억류되는 불상사가 일어나 결정적으로 악화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제의를 할 경우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본 것 같다.
다만 金대통령은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이고 평화체제구축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인식을 경축사에 담았다.
『통일의 큰 길을 열기위해 무엇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계기만 마련되면 큰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시사로 해석된다.
주변국협조와 관련해 특정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같은 원칙에 대한 주변국의 양해를 받은 상태』라는 고위관계자의 설명도 있다.
金대통령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긴요함을 강조해 잇따른 망언과 어정쩡한 부전결의등에 강도높은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즉석에서 연설문에 『건전한 한일관계구축은 일본의 과거침략행위와 식민지지배에 대한 진정한 반성의 토대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쐐기를 박는 부분을 포함시켰다.
이날 경축사에는 국내정치와 관련해서 주목할 부분도 있다.
金대통령은 「파당이 아니라 국민전체를 대변해야 한다」「국민을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낡은틀에 안주하지 말고 국민의 기대와 여망에 부응하는 새정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미움과 분열과 갈등으로 소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金대통령은 『미움을 사랑으로,분열을 통합으로,갈등을조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가 외투를 힘으로 벗기기 위한 「바람」정책이었다면 새로운것은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이 오도록하는 「태양」정책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金대통령이 「대화합」이라는 용어를 쓴 것도 이례적이다.
물론 이같은 변화를 개혁의 후퇴로 보면 무리일 것 같다.
金대통령은 대사면에 대해 언급하며 『문민정부 출범이후의 부정부패 관련자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金敎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