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수준별로 맞춤형 수업 가능, 학생들 “ 0 교시 생긴다고 실력 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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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5시 서울 M고교 3학년 교실. 16개 시·도 교육청이 주관한 전국 학력평가시험(모의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수준별 반 편성을 포함한 교육 자율화 소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대한군은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상위권 학생들”이라며 “수준별 수업이 강화된다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 대학에 눈높이를 맞춰 전략적으로 공부해야 할 시기에 수준별 학급이 편성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같은 반 박모군은 “성적이 좋지 않아 수준별 반 편성을 하면 창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교육 자율화로 학교 현장에서 무한 경쟁이 예상되자 학생·교사·학부모들의 반응이 다양하다. 교육 자율화로 공교육의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가 하면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준별 수업 자율화=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학교가 학원에 뒤졌던 것은 교사의 자질보다는 수업 구성의 문제였다”며 “같은 수준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가르쳐야 학생·교사의 호흡이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대학별 진학반 개념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이 이뤄지면 고3 교실에서 ‘맞춤형 진학 지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성보고 2학년 학부모인 박모(서울 신대방동)씨는 “전체 석차로 반 편성도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성적이 처지는 학생이 처음부터 자포자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진관 부산 개금고 교사도 “1970년대와 같은 우열반 편성은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유리한 반면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좌절감을 준다”며 학력 양극화와 서열화를 우려했다.

◇‘0교시 수업’=많은 학교가 정규 수업시간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사실상 0교시 수업을 해왔다. 수업 시간 조정은 학교장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 고교의 양모 교사는 “원래는 정규 수업 1교시가 오전 9시쯤 시작됐지만 0교시 수업을 금지한 뒤부터 대부분의 학교가 오전 8시10분으로 1교시를 당겼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서울 지역 고3의 등교시간은 대부분 오전 7시20분에서 7시40분대에 몰려 있었다. 일찍 등교한 학생들은 교실에서 EBS 강의 듣기, 영어 듣기평가 연습, 자율학습을 했다. 고교생 아들을 둔 학부모 정모(서울 중계동)씨는 “아이가 다니는 사립고는 같은 학년이라도 등교시간이 공립보다 30~40분 정도 이르다”며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공부시키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수(자양고1)군은 “오전 8시30분에 1교시를 시작하는데 여기서 더 앞당기면 힘들 것 같다”며 “수업량이 늘어난다고 실력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친구들도 시간 때우기식 공부가 될 0교시 수업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것이다.

◇학교에 오는 학원 강사=학원 강사들의 방과 후 학교 강의 허용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중3생을 둔 주부 이모(44·서울 신정동)씨는 “학교에서 유명 강사가 저렴하게 강의하면 굳이 비싼 학원에 아이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 학원 대표인 김모씨는 “규모가 큰 학원들이 ‘박리다매’ 전략으로 여러 학교를 묶어 방과 후 수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학교는 건물만 임대해주고 학원이 알아서 학생을 가르치는 형식이 돼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도 “공교육 고유의 영역이 있는데 학교에서 사교육의 모든 것을 끌어 안으려는 것은 과욕”이라고 지적했다.

최기숙 자양고 교장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과 후 학교에 영리를 목적으로 한 학원 강사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사설학원 수강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방과 후 학교 수업료만 올라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배노필·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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